경남 함안은 1천500년 전 사라진 신비의 왕국, 안라국이 둥지를 튼 곳이다. 숱한 흔적을 남기고 조용히 사라진 안라국은 가야 연맹의 하나였던 아라가야(阿羅伽倻)로도 불렸는데 아라가야는 신라 중기 이후에 생겨난 명칭이며 안라국이 정확한 이름이다. 

안라국에 대해 잠깐 살펴보면, 기원전 3세기경 함안 지역에 뿌리를 내린 세력들이 주변의 여러 세력과 함께 힘을 모아 조그만 나라를 만드니 안라국의 전신인 안야국(安倻國)이었다. 함안을 거점으로 북으로는 의령, 동으로는 마산, 서로는 진주, 남으로는 마산의 진동과 오서에 이르는 큰 땅을 가진 나라였다. 그 후로 가야 연맹의 주세력으로 우뚝 선 안야국은 이름을 안라국으로 바꾸면서 더 큰 세력으로 거듭나게 된다. 그러나 그 영화는 오래 가지 못했다. 백제와 신라의 틈바구니에서 겨우 겨우 버티던 안라국은 561년 신라군의 공격으로 나라를 빼앗기고 만다. 비록 우리 역사에서 사라졌지만 안야국이 끼친 영향은 컸다. 진동에 무역항을 세우고 바다를 통해 오사카와 나라 지역 등 일본열도로 진출하여 그들의 선진문화를 받아들였다.

 ☛아라가야의 역사를 보여주는 고분군
 가야읍은 함안의 중심지다. 군청 뒤쪽 언덕에는 남북으로 길게 고분(옛 무덤)들이 흩어져 있다. 안라국의 왕을 비롯한 지배계층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100여 기의 대형 고분들과 그 아래로 1천여 기의 중소형 고분들이 분포하고 있는데, 지명을 따서 ‘도항·말산리고분군’으로 부르고 있다. 내부 구조가 덧널무덤(목곽묘)과 돌방무덤(구멍묘)이 대부분인 이들 고분군은 1917년 일본인들에 의해 처음으로 발굴이 이뤄졌으며 이 과정에서 여러 무덤들이 몰래 도굴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고분군이 모여 있는 언덕 너머 서쪽 자락에는 함안박물관이 있다. 함안 지역 고분에서 나온 4-5세기 때의 유물들과 박물관 부근 산성(城山)에서 출토된 목간(木簡) 160점, 불꽃무늬 토기, 수레바퀴 토기, 등잔 토기, 말갑옷, 옥재 목걸이, 마갑 등을 볼 수 있고 7세기 이후 함안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다룬 전시실도 마련돼 있다. 관람시간: 09-18시/관람요금 500원/휴관 월요일





☛남원 광한루를 닮은 무진정
 함안은 정자의 고을이라 할 만큼 아름다운 정자들이 많다. 가야읍내에서 마산 쪽(함안면 방면 79번국도)으로 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연못과 숲과 석교가 인상적인 무진정(이수정)이란 정자가 나타난다. 조삼 선생의 덕을 기리기 위해 조선 명종 22년(1567)에 후손들이 건립한 정자이다. ‘무진정’은 조삼 선생의 호이다. 단순 소박하게 꾸민 팔작지붕의 이 정자를 유심히 보면 저 남원의 광한루가 떠오른다. 정자 특유의 고요함과 평화로움에다 남녀의 사랑이 이루어질 것 같은 느낌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매년 4월 초파일을 전후해서 낙화놀이가 재현되고 있다.





☛다양한 시설을 갖춘 휴식 공간
 무진정에서 1021번 지방도로를 따라가면 저수지와 체육공원, 산책로, 삼림욕장 등이 갖춰진 입곡 유원지가 나온다. 일제시대 때 농업용수로 쓰기 위해 협곡을 가로막아 만든 입곡저수지는 함안에서 제일 큰 저수지로 둘레가 약 4km나 되며 자연경관이 무척 아름답다. 오목하게 들어간 저수지는 가물치, 붕어, 잉어 등 어종이 다양해 낚시터로도 좋으며 깎아지른 절벽과 빽빽한 침엽수림과 활엽수림 사이로는 등산로가 나 있으며 저수지 상류 오른쪽에는 관중석을 갖춘 운동장이 있다. 군립공원과 함께 조성된 문화공원엔 생태연못, 야생식물원, 산미로원, 유리온실 등이 꾸며져 있어 자연학습장으로 손색이 없다. 특히 저수지에 가로놓인 출렁다리는 걷는 재미가 있다.


☛상주 주씨 집성촌
 칠원면 무기리는 300여 년 전부터 상주 주씨들이 이주해와 살고 있는 집성촌이다. 마을에 남아 있는 주씨(주재성) 고가는 1700년대에 지은 조선시대의 가옥으로, 주씨 집안의 면모를 지켜온 유서 깊은 집이다. 주재성은 영조 4년(1728) 이인좌의 난 때 의병을 일으켜 관군과 함께 난을 진압한 인물이다. 연못(국담)을 둔 이 종가(宗家)는 정문인 솟을대문과 사랑채인 감은재, 안채, 사당인 부조묘 등이 볼만하며 특히 별당인 무기연당(舞沂蓮塘)은 그 옆에 하환정과 풍욕루를 두고 연못 가운데에 산의 모양을 본떠 섬을 만들어놓았다. 산과 물과 나무와 정자, 그리고 사람이 있는 풍경은 자연과의 조화가 왜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알 수 있게 해준다.


☛마애불이 있는 함안의 진산
함안엔 여항산(744m)· 방어산(530m)· 서북산(739m)· 광려산(720m)· 봉화산(649m)· 오봉산(525m) 등 크고 작은 산들이 솟아 있다. 이 중 방어산(군북면 하림리)은 다른 산에 비해 높이는 낮지만 들판 한가운데 우뚝 솟은 산 능선이 웅장한 멋을 풍긴다. 낙동마을에서 마애불(보물 159호)이 있는 산 중턱까지 가파른 산길이 이어진다. 산 들머리의 마애사는 소박하지만 웅장한 절이다. 방어산 봉우리를 머리에 이고 함안 들녘을 내려다보고 있다. 절집 옆으로 난 산길을 따라 정상 쪽으로 15분쯤 거슬러 오르면 우람한 바위벽이 턱하니 나타난다. 바위벽을 깎아 새긴 약사불상과 양쪽의 협시보살상. 그 모습이 신비롭다. 이 삼존상(三尊像)은 통일신라 애장왕 2년(801)에 만든 것이다. 얼굴이 타원형인 본존은 왼손에 약그릇을 들고 있어서 약사여래상임을 알 수 있다. 양쪽의 협시보살은 모두 본존을 바라보고 자연스럽게 서 있다. 오른쪽의 월광보살은 온화하고 우아한 인상에 눈썹사이에 달무늬가 새겨져 있다.


☛단아하고 멋스러운 정자
 방어산에서 나와 1004번국도(경전선 철도 옆길)를 따라 진주 쪽으로 가다 보면 왼쪽으로 서산서원이 있고 조금 더 가면 은행나무가 서 있는 채미정이란 정자가 나타난다. 단아한 멋이 우러나는 채미정은 주나라 때 백이와 숙제가 수양산에서 고사리를 캐먹으며 살았다 해서 지은 이름으로, 한국전쟁 때 소실됐다가 근래에 복원한 것이다. 정면 4칸, 측면 3칸에 중앙에 2칸의 방이 있으며, 앞으로 연못과 다리가 있고, 측면 언덕에 청풍대와 육각정이 어우러져 멋스러움을 더한다. 커다랗게 걸려 있는 백세청풍(百世淸風)이라는 현판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채미정에서 맞은편 길로 접어들면 조선 전기의 문신 어계(漁溪) 조려(1420-1489) 선생이 살던 집이 나온다. 조려 선생은 생육신의 한 사람으로 이곳 석정에서 낚시를 하며 여생을 보냈다.


☛봄이 찾아온 늪지
 남강(南江)을 끼고 있는 법수면 대송리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늪지대가 남아 있다. 1.5∼2m 깊이의 늪지에는 철따라 보풀, 자라풀, 줄풀, 세모고랭이, 창포, 개구리밥, 물옥잠, 골풀, 애기마름, 가시연꽃, 붕어마름, 털개구리미나리, 노랑어리연꽃, 통발, 뚜껑덩굴 등등 식물들이 자라는데 이곳 늪지는 광주 안씨가 정착하면서 보존의 중요성을 깨닫고 지금까지 남아있게 되었다고 한다. 늪에서 자라는 다양한 식물은 4월부터 볼 수 있다.




☛남강을 따라가면서 보라
 대산면은 함안에서도 경치가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법수면에서 대산면으로 접어들면 지그재그로 흐르는 남강이 내내 길동무가 돼준다. 남강변의 악양교를 건너면 길 우측으로 처녀뱃사공노래비가 서 있다. 국민 애창곡 ‘처녀뱃사공’ 노래 전문이 새겨진 노래비 옆으로는 남강의 지류인 함안천이 흘러간다. 노래비 뒷면에는 노래에 얽힌 유래가 상세히 적혀 있어 이곳이 ‘처녀뱃사공’ 노래의 진원지라는 걸 알려준다. 노래비를 보고 남강 쪽으로 조금 가면 ‘악양루가든’이라는 식당이 나오는데 여기서 강변 산책로를 따라 50미터쯤 가면 언덕에 남강과 탁 트인 들판을 바라보고 서 있는 악양루가 반긴다. 정면 3칸, 측면 2칸에 팔작지붕 모양으로 된 악양루는 조선 철종 때(1857년) 지은 강변 정자로 시원스런 전망을 자랑한다. 이곳의 풍광이 중국의 악양에 비길만하다 하여 악양루라 지었다고 전한다. 한편, 남강 옆으로는 뚝방길이 나 있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걷기 좋은 강변길이다. 뚝방길은 3개 코스로 나뉘어 있는데 1코스는 5.5㎞로 1시간 30분, 2코스는 2.7㎞로 40분, 3코스는 2.9㎞로 50분 정도 걸을 수 있도록 조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