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시드니’ ‘동양의 나폴리’로 불리는 통영은 사철 독특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통영(統營)이라는 이름은 이순신 장군의 삼도수군통제영(三道水軍統制營)에서 유래됐다. 한려수도 뱃길의 출발점이자 150여개의 크고 작은 섬을 둔 보석 같은 고장이다. 자, 그럼 천(千)의 얼굴을 가진 통영으로 떠나보자.
☞한려수도를 품 안에
통영시내에서 통영대교를 건넌다. 통영에서 가장 큰 섬인 미륵도로 가는 길이다. 미륵도는 섬이라지만 다리와 해저터널로 연결돼 있어 육지와 다름없는 섬이다. 짙푸른 바다가 손짓하는 60리 해안길(일주도로)은 꿈결 같은 드라이브를 약속한다. 동백나무가 줄지어 늘어서 있어 일명 ‘동백로’라고도 부르는 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학림도· 비진도· 사량도· 한산도· 추도· 연대도· 연화도· 욕지도· 두미도 등 한려해상국립공원에 떠 있는 그림 같은 섬들을 볼 수 있는데 통영이 섬의 고장이란 걸 실감할 수 있다. 눈앞에 펼쳐지는 한려수도의 비취빛 바다는 그대로 시이고, 음악이며,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다.
일주도로를 따라 도남관광단지 입구에서 산양읍 신전리로 들어서면 미륵산(해발 461미터)이 우뚝하다. 통영8경 중 1경이다. 미륵산은 천의 얼굴로 방문객들을 기다린다. 미륵산은 케이블카로 단숨에 올라갈 수도 있지만 이왕이면 걸어서 올라가길 권한다. 산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삼나무 향기가 코끝을 간질이는 미래사 들머리에서 산 정상까지 오르는데 1시간이면 충분하다. 곳곳에 나무 데크와 전망대가 있어 땀을 식히기 좋고 무엇보다 미륵산에서 내려다보는 한려수도와 통영 시내의 전경이 그야말로 압권이다. 시야가 깨끗한 날에는 일본의 대마도까지 보인다. 정상에는 임진왜란 때 조선 수군이 낮엔 연기로, 밤엔 횃불로 상황을 알렸던 봉수대도 남아 있다.
미륵산에서 내려와 해안도로를 따라 남쪽 끝으로 가면 미륵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달아공원에 닿는다. 이 곳 지형이 코끼리 어금니를 닮았다 해서 달아공원이란 이름이 붙었다. 정자(관해정)가 서 있는 달아공원에 올라 그 앞으로 점점이 흩어져 있는 섬들을 보노라면 막힌 가슴이 탁 트인다. 특히 이곳에서 바라보는 석양과 해돋이는 대자연의 걸작품이다.
일주도로는 산양읍을 감싸고돈다. 섬 북쪽 남평리에서 풍화리로 가는 길도 절경이다. 청정바다가 내내 펼쳐지고 그 바다 한쪽에는 굴 양식장이 드문드문 자리를 잡았다. 마을 앞에는 오비도, 월명도, 이끼섬 같은 작은 섬들이 떠있는데 역시나 그림같이 아름답다. 띄엄띄엄 들어선 마을은 물속처럼 고요하다. 차량들도 거의 눈에 띄지 않는 한적한 길. 섬에서나 맛볼 수 있는 풍경이다.
☞볼거리 많은 시내권
통영대교 밑으로 흐르는 통영운하. 이국에서나 볼 수 있었던 운하가 통영에 있다니 놀라울 뿐이다. 통영대교는 야경이 특히 아름답다. 이슥해지면 녹색 조명이 다리를 환하게 수놓는데 운하 주변의 불빛과 어우러져 독특한 서정을 풍긴다. 일부러라도 바닷물 위로 일렁거리는 가로등 불빛을 따라 거닐어보길 권한다.
운하 아래에 서 있는 충무교는 해저터널로 연결돼 있다. 통영의 또 다른 명소로 자리잡은 해저터널은 물막이 공사로 바다 양쪽을 막고 그 밑을 파서 콘크리트 터널을 만들었다. 한산대첩에서 쫓기던 왜적들이 들어왔다 퇴로가 막히자 도망치기 위해 땅을 파헤쳐 물길을 뚫었다. 그때 미처 빠져나가지 못하고 죽은 왜군들의 시체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하여 ‘송장목’이라고도 불린다.
시내로 더 깊숙이 들어가면 활기 넘치는 통영항과 시민들의 휴식처인 남망산조각공원이 있다. 바다에서 동그랗게 들어간(흔히 ‘강구안’이라 부른다) 통영항은 보기 드문 미항이다. 세계 유명 작가들의 조각 작품이 전시돼 있는 남망산(南望山)에 오르면 통영항 전경을 시원스럽게 바라볼 수 있다. 밤이면 항구 앞바다는 형형색색의 불빛들이 꽃으로 피어나는데 이른바 어화(漁火)다. 조업을 마치고 통통거리며 들어오는 어선들과 항구를 밝힌 상가의 불빛이 마치 흐드러지게 핀 꽃밭을 연상시킨다. 남망산은 이렇게 환상적인 밤바다를 바라보기 좋은 곳이다.
여객선터미널 앞의 서호시장과 중앙시장에도 들러보자. 갖가지 해산물과 먹거리들이 그득한 이들 시장은 바닷가 사람들의 질펀한 사투리로 왁자지껄하다. 출출한 배를 채우기에도 딱 좋고 시장 골목길을 걷는 재미도 그만이다. 그렇게 쉬엄쉬엄 장터를 돌아다니다 보면 통영산 굴과 멸치, 충무김밥과 복국, 이밖에 우짜, 꿀빵, 빼떼기죽, 시락국 등 이름만 들어도 궁금증이 이는 별미들이 발걸음을 붙잡는다.
☞많은 예술가를 배출한 고장
통영은 무엇보다 예술의 도시다. 소설가 박경리, 청마 유치환, 음악가 윤이상, 시인 김춘수, 시조시인 김상옥, 극작가 유치진(유치환의 형), 영어 소설 ‘꽃신’의 작가 김용익(김용식 전 외무부 장관의 동생), 화가 전혁림, 조각가 신문섭 씨 등이 이 고장 출신이다. 통영시에서는 이같은 예술인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기념관(박경리, 윤이상), 문학관(유치환), 미술관(전혁림), 전시관(김춘수)을 마련해놓았다.
통영은 임진왜란과 뗄 수 없는 고장이다. 해마다 한산대첩 축제가 펼쳐지는 것만 봐도 그렇다. 시내 중심부 여황산 기슭에 우뚝 선 세병관(洗兵館, 국보 305호)은 선조 36년(1603) 제6대 통제사 이경준이 의전행사를 치르기 위해 지은 정면 아홉 칸 측면 여섯 칸의 단층 팔작지붕집이다. 이 건물은 주춧돌을 올리고 모든 칸에 창호나 벽체 없이 사방으로 트이게 한 것이 특징이다. 경복궁 경회루(국보 224호), 여수 진남관(국보 304호)과 함께 바닥 면적이 가장 넓은 집으로 꼽힌다. 두 눈에 쏙 들어오는 큼지막한 현판은 건물의 위엄을 한층 높인다. 인근에 이순신 장군을 기리고 위패를 봉안한 충렬사가 있다.
☞통영의 이색 명소
동호동 중앙시장 뒤편 언덕의 동피랑 마을은 통영의 지난한 역사가 서려 있는 곳이다. 동피랑은 동쪽과 피랑(벼랑의 사투리)이 더해진 말로, 동쪽의 언덕이라는 뜻. 언덕길을 따라 마을에 오르면 강구안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담벼락마다 그려진 형형색색의 벽화가 발길을 머물게 한다.
동피랑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통영 앞바다는 ‘한국의 나폴리’답게 무척이나 아름답다. ‘한국의 몽마르트 언덕’처럼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온다. 마을의 골목길을 느릿느릿 걷다 보면 몸과 마음이 즐겁다. 앙증맞은 꽃이 있는가 하면 윤이상의 초상화도 보이고 쪽빛 하늘에 뭉게구름이 흘러가는 그림, 아이들의 옛 놀이를 그린 그림도 만난다. 어느 집 굴뚝엔 오징어가 그려져 있고 또 어느 집 굴뚝엔 문어 한 마리가 인사를 한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해학적이다. 여행객들은 벽화를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바쁘다. 마을 언덕빼기엔 작은 구멍가게도 들어섰다. 여행객들이 출출한 배를 채울 수 있는 곳이다. 길을 잘 모르면 가게 주인한테 물어보면 친절하게 알려준다.
여행팁(지역번호 055)
◎가는 길=대전통영 고속도로 진주분기점-남해고속도로 사천나들목-사천시-33번국도-고성읍-통영시-통영대교-미륵도. 구마고속도로 서마산나들목- 마산-14번국도-고성군-통영시-남망산공원. 남해고속도로 사천나들목-사천시-33번국도-고성군-14번국도-통영시-남망산공원. 미륵산은 통영대교를 건너 67번 도로를 타고 통영청소년수련관을 지나 ‘미래가든’에서 산길로 진입, 곧이어 나오는 미래사에서 30분이면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통영 중앙활어시장 옆 ‘강원수산’ 옆길로 올라가면 동피랑 마을로 갈 수 있다. 서울, 부산, 대구, 마산, 진주, 대전 등지에서 통영행 고속버스 수시 운행.
◎숙박=큰 시설로는 시내권에 충무마리나리조트(646-7001), 충무관광호텔(645-2091), 통영관광호텔(644-4411), 카리브콘도모텔(644－4070) 등이 있으며 프라자모텔(642-0049), 노브모텔(649-6080), 사이존(646-2508), 갈매기리조트(641-8028), 버킹검모텔(644-1980) 등도 권할만하다. 미륵도에 있는 펜션 카사비앙카(www.casa-bianca.co.kr, 648-1009)와 도남관광지 통영호텔 갤러리(645-3773)는 깨끗한 시설을 자랑한다.
◎통영의 맛과 맛집=통영에 가면 꼭 맛봐야 할 음식이 있다. 충무김밥이다. 강구안 주변과 항남동 문화마당 분수대 부근, 여객선터미널 부근에 50여 개의 충무김밥집이 늘어서 있다. 어느 집이나 맛은 비슷하다. 충무김밥은 매콤시큼한 무김치에, 고슬고슬한 쌀밥, 기름 안 바른 생김이 어우러져 여느 김밥이 흉내 낼 수 없는 깊은 맛을 자랑한다. 주문하면 손가락만한 김밥 8개에 슥박김치라고 불리는 무김치, 그리고 시락국(시래기국의 경상도 방언)이 나온다. 충무김밥은 예부터 길 떠나는 어부들을 상대로 팔던 음식이어서 젓가락 대신 이쑤시개를 사용한다. 뚱보할매김밥(645-2619), 한일김밥(645-2647), 엄마손 충무김밥집(641-9144)을 추천한다. 향남동 형제복국(644-4933)은 시원한 국물맛이 일품이다. 여객선터미널 근처 중앙시장 건어물 골목에 있는 희정식당(646-2262)이 갯장어회로 유명하다. 14번국도 근처의 향토집(645－4808)은 굴밥· 굴구이· 굴떡국· 굴회· 굴전 등 다양한 굴 요리를 선보인다. 항남동의 오미사꿀빵(646-3230)은 통영 일대에서 꿀빵 맛 좋기로 유명하다. 40년 넘게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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