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학회, "협진의무화는 의사 진료권 부정하는 불합리한 규제"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30일 고시를 통해 '평생 3개 까지 건강보험을 적용했던 심장 스텐트를 개수 제한없이 보험에 적용하되, 적정사용 및 최적의 환자 진료를 위해 순환기내과 전문의와 흉부외과 전문의가 협의해 치료방침을 결정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흉부외과 계는 정부의 정책을 환영한다고 나섰지만, 심장내과 등에서는 현재 국내 병원들은 협진을 위한 인프라가 갖춰진 병원이 많지도 않을 뿐더러,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병원이 협진을 위해 준비를 하는 사이에 환자의 생명이 위독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법으로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해왔다.

오동주 이사장, "의사의 진료권 부정하는 불합리한 규제"

심장학회 오동주 이사장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의사의 진료권을 부정하고 국민 건강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새로운 형태의 불합리한 규제”라며 “보장성 강화를 위해 스텐트 개수를 폐지한다고 하지만 행위를 제한하는 급여고시를 만들어 보장성을 악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오 이사장은 “MOU 체결이 가능한 의료기관은 90분 이내 응급 관상동맥우회술 실시가 가능해야 하지만 현실은 대학병원에서조차 수술 준비하는 데만 90분 이상이 소요된다”며 “전문 학회와 충분한 협의 없이 진행하는 졸속행정으로 인해 국민건강에 대재앙을 일으키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아울러 “지난달 14일 미국심장학회지에 게재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국 내 2만4,387명을 대상으로 스텐트 시술 경과를 살펴본 결과 흉부외과 없이 스텐트 시술한 병원은 환자의 접근 시간은 줄이면서 사망률에는 차이가 없었다”며 “스텐트 시술 시 흉부외과 의사의 결정이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오 이사장은 “처음부터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 스텐트 수술 여부는 흉부외과 의사가 결정할 게 아니라 심장내과 의사가 하는 것”이라며 “스텐트를 남용한다고 생각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삭감하면 될 일이다. 복지부가 흉부외과와 싸움을 유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라기혁 학술위원장, "지방 중소병원 폐쇄 유발, 피해는 국민에게"

이 자리에서는 스텐트협진 의무화 규정이 시행될 경우 스텐트 시술이 필요한 응급환자의 치료 결정에 악영향을 미쳐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흉부외과가 없는 지방 중소병원의 경우 대형병원 쏠림현상으로 인해 몰락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중소병원협회 라기혁 학술위원장은 “지방에서 관상동맥우회술을 하는 경우는 1년에 보통 2건이고 많아야 10건인데, 10건을 위해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야 하고 90분 이내 수술할 수 있는 병원과 MOU를 맺으라고 한다”며 “환자들이 찾지 않는 지방 중소병원은 결국 폐쇄되고 대형병원으로 옮기다 사망하는 사례도 발생할 수 있다.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혈관중재학회 안태훈 이사장은 “스텐트 남용은 일부 사례고 질 관리도 강도 높게 하고 있다. 흉부외과가 취약하다면 (스텐트협진 의무화보다)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을 해줘야 한다”며 “가급적이면 원점에서 다시 논의가 시작됐으면 한다. 재정비하는 게 국민 안전을 위해 최선”이라고 했다.

심혈관중재학회 전동훈 보험이사는 “본인이 치료 받고 싶은 걸 환자에게 치료 받게 하면 된다. 파트너로 흉부외과가 잘 되길 바라지만 환자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흉부외과가 발전하면 안 된다”며 “내 부모라면 어떤 치료를 받게 할까, 의사로서 성찰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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