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협, 의협 회비 올해 안에 납부키로 결정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이 회비 납부 거부 방침을 밝힌 지 7개월만에 납부 거부 방침을 철회하고 올해 안에 납부키로 했다.

지난 6일, 전국 25개 의대 교수들로 구성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이하 교수협)는 대구에서 ‘2014년 추계세미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교수협은 이날 총 19개 의대 교수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찬성 16명, 반대 2명, 기권 1명으로 의협 회비 납부 거부 방안을 철회하기로 했다.

교수협 정훈용 회장은 “회비 납부 철회를 결정하는 대신 앞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에 대해 대통합혁신위원회에 의견을 낼 예정이다. 의협 집행부도 교수협의 이번 결정에 대한 의미를 잘 새겨 협조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 회장은 “현재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은 부분을 두고 반대 목소리가 높았지만 과거와 달리 대통합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고 의협 집행부도 노력했다는 점을 감안해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고 찬성표를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회비 납부 여부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연세의대 신동천 교수는 “회비 보류의 목적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의협 정책이 큰 방향으로 가지 못한다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회비 납부를 거부한 것인데 명분이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회원 의무를 다 하고 싶다면 회비는 내야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오히려 교수협이 교수와 의협의 가교역할을 해주는 게 맞지 않겠나. 의협 정책이나 현재 상황에 대해 각 의대 교수들에게 전달하고 대신 의협은 교수협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울산의대 김장한 교수는 “교수협 의견을 어느 정도 반영은 하겠지만 대의원 구조가 바뀌려면 10년 가까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전략적으로 또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회비 내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의협 내 의대교수들의 소통 창구 부재와 정책결정과정에서 동떨어져 있는 현실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결국 의대교수들의 의견을 정책결정에 반영하기 위해서라도 대의원 수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정훈용 회장은 “3월 투쟁에 대한 큰 청사진이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것도 없는 가운데 의대교수들이 의견 낼 수 있는 창구도 없었다”면서 “정책결정구조가 불합리하다고 판단했다. 의견을 낼 수 있는 루트를 만들기 위해 회비 납부 거부를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의견을 낼 수 있는 본체는 결국 대의원회다. 대의원회 부분이 해결된다면 적절히 의견이 모아지고 서로 통합하는 구조로 갈 수 있을 것”이라며 “대의원회 구성을 합리적으로 해 달라는 게 요구”라고 했다.

경희의대 김성민 교수는 “의협은 수 년 간 개원의 위주로 정책을 진행했지 전체 의사를 대변하는 역할은 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정책결정이 전체 의사들의 요구가 충분히 반영되도록 대의원회 구성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대교수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기 위해서는 대의원회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재 대한의학회가 의대교수를 대표하는 단체로 대의원에 참여하고 있지만 엄연히 ‘영역’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조선의대 고영엽 교수는 “의학회는 대의원회에서 각 학회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결국 학회 이사회에서 결정한 사항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의대교수 입장에서 의료정책을 제안하려면 교수협에서 대의원에 참여하는 몫을 받아야 할 필요 있다”고 했다.

서울의대 전용성 교수는 “대의원회 갔다 온 교수들 말이 두 번은 못 갈 데라고 하더라. 의협이 잘 됐으면 좋겠지만 안 되는 이유가 대의원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회비 납부를 거부한 데는 대의원회를 개선해 의협이 잘 되게끔 하는 게 먼저였고, 이를 위해 회원 비례에 대한 원칙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의협 강청희 상근부회장은 의대교수들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 상근부회장은 “의협에 불만이 있다고 회비 납부를 거부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대의원회나 의사결정구조에 들어올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고 정책결정과정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하겠다”면서도 “대의원회가 정관에 대한 결정권을 쥐고 있지만 개정되게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의협의 발전방향에 대해 교수협의 의견을 청취하고 협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의견 수렴해서 적극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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