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포도주와 함께 고지방식이를 즐겨 먹는데도 불구하고 낮은 심혈관 질환을 보이는 역설적인 현상, 즉 일명 ‘프렌치 패러독스’의 관련 물질로 생각하고 있는 resveratrol(레스베라트롤)은 적포도주 뿐만 아니라 땅콩, 포도, 소나무 등 70여 종이 넘는 식물에서도 발견된다. 실제로 포도주나 레스베라트롤을 포함한 영양 보충제 섭취에 관한 관찰 연구 결과 레스베라트롤은 매우 안전하고 발암률 및 심혈관계 질환 발병률과 역상관 관계가 있는 것이 관찰되었다. 또한 레스베라트롤은 생체 외 및 동물실험, 그리고 인간 대상 관찰 연구에서 항암, 항산화 작용과 심장 보호 효과뿐만 아니라 항염증, 항세균, 항바이러스, 항당뇨, 항노화 및 신경 보호 작용도 하는 것을 보여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완성도 높은 연구는 없는 관계로 레스베라트롤의 효과를 뒷받침할 수 있는 과학적 지표는 없는 상태이고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본 고에서는 레스베라트롤의 항산화 기전과 이와 관련된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들을 정리해 보고자 하였다.

레스베라트롤의 구조 및 대사와 혈중 농도
그림 1에서 보듯이 레스베라트롤은 두 개의 페놀 고리가 스티렌 이중 결합으로 연결되어 cis-와 trans- 구조로 존재하는 폴리페놀계의 스틸벤-기본 화학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이 구조는 합성 에스트로겐의 구조식과 유사하며 에스트라디올과 함께 복용할 경우 추가적인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그러나 제한된 실험연구에 따르면 레스베라트롤이 에스트로겐의 길항제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한다. 결국, 레스베라트롤은 다양한 요인에 의하여 에스트로겐의 작용제 혹은 동시에 길항제로도 작용할 수 있으므로 SERM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 천연 물질이라고 할 수 있다.

레스베라트롤은 천연 식품에서 다양한 비율로 존재하는데, 예를 들어 포도의 껍질이 많이 함유된 적포도주의 경우 trans-resveratrol이 대부분이고 백포도주는 cis-resveratrol이 주로 존재한다. 항산화 효과에 대한 연구는 주로 trans-resveratrol을 사용하여 이루어졌다. 소량 경구 섭취한 레스베라트롤은 빠르게 흡수되어 30분 후에 최고 혈중 농도에 도달하고 이들의 반감기는 15분 정도로 비교적 짧으며 50% 정도는 24시간 이내 소변으로 배설된다. 그러나 섭취한 양이 많아지면 레스베라트롤은 소장에 가서 장-간 순환을 거치면서 dihydroresverastrol, reveratrol glucoronide 등으로 변하게 되는데, 이들의 반감기는 9시간 정도로 늘어나고 또한 레스베라트롤의 효과의 대부분은 이들 대사물의 작용에 의한 것으로 관찰되었다.

그림 1. 두 개의 페놀 고리가 스티렌 이중 결합으로 연결되어 cis-와 trans- 구조로 존재하는 폴리페놀계의 스틸벤-기본 화학 구조이다.

<표 1>에서 보듯이 우리가 섭취하는 적포도주나 주스 등에 포함된 레스베라트롤의 양은 5 mg/L 정도이므로 상용량에서 도달하는 혈중 농도는 nanomole 내지 micromole 정도로 매우 낮아 고용량을 사용하는 생체 외 실험에서 관찰되는 효과를 설명하기 어렵다. 그러나  레스베라트롤의 지질친화성을 고려한다면 조직에서의 그 농도는 혈중 농도보다 훨씬 더 높을 것이고 또한 매우 낮은 농도에서도 레스베라트롤은 충분히 그 생물학적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보아 레스베라트롤은 위장관 조직에서 거의 대부분 작용하여 그 효과에 의해 2차적으로 전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레스베라트롤은 우리가 흔히 섭취하는 음식과 음료에 포함된 성분으로 인간 대상으로 제한적인 연구 결과이긴 하나 매우 안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레스베라트롤 성분 단독으로 관련된 부작용은 장기간에 걸쳐 나타날 수도 있다. 미국 심장협회(American Heart Association)에서는 레스베라트롤 소비를 적정량 사용하도록 권하고 있다. 레스베라트롤을 섭취하기 위해 적포도주를 대량으로 마시는 것은 알코올로 인하여 해가 더 많을 것이다.

레스베라트롤의 항산화 및 다양한 작용 기전

1. 항산화 작용
세포의 대사과정 동안 H2O2나 O2-와 같은 활성산소 중간산물이 발생하는데 이들이 세포 내 축적되면 glutathione이나 superoxide dismutase (SOD) 등과 같은 항산화 물질 등에 의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자 한다. 만약 이 과정에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체내 산화스트레스가 증가하게 된다. 증가된 활성산소 중간산물이 지질이나 단백, 핵산에 결합하여 변형이 유발되면 인체에 독성 물질로 작용하게 되는데, 즉 암이나 동맥경화증 등의 발생을 촉진한다. 예를 들어 LDL 콜레스테롤은 정상적으로 세포 표면의 LDL 수용체에 의해서 엄격한 조절 하에 대사되어 조절되는데, 증가된 산화 스트레스에 의해 과도한 산화-LDL이 생성되면, 거식세포에 scavenger 수용체를 통하여 무한정 섭취되어 foam cell이 되고 결국 죽상동맥경화증의 발생을 초래한다. 레스베라트롤에 의해 세포 내 항산화제나 항산화과정에 관여하는 효소의 발현을 촉진하여 산화 glutathione reductase나 myeloperoxidase 활성도를 정상화 시키고 H2O2 생성을 억제하는 것이 밝혀진 상태이다.

2. 칼로리-제한 유사 효과
일반적으로 폴리페놀 성분을 사용한 실험 대부분의 결과는 NAD-의존성 단백탈아세틸 효소군의 하나이면서 칼로리-제한 유사 효과를 중재하는 단백인 sirtuin에 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람에서는 sirtuin 동족체로는 SIRT1 단백이 존재하는데 이는 pt3 종양 억제 유전자 작용을 방해하여 세포 사멸을 지연함으로서 세포 내 손상을 회복하고 불필요한 세포 사멸을 막아 궁극적으로 세포 생존율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레스베라트롤을 이용한 실험실 연구에서 11 mM에서 용량 의존적으로 SIRT1의 탈아세틸화 속도를 2배 이상 증가시키고 100~200 mM에서 포화되는 결과를 보였다. 특히 방사선 조사 후 레스베라트롤의 세포 사멸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한 결과 0.5 mM의 낮은 농도에서 세포 생존율을 증가시켰다. 반면 50 mM 이상의 고농도에서는 이 효과가 역전되는 경향을 보였는데, 이는 다른 연구들에서 레스베라트롤이 용량에 따라 세포의 수명에 미치는 정반대의 효과를 관찰한 소견과 일치한다.
레스베라트롤에 의해 증가된 SIRT1 효소 활성은 PPAR-gamma coactivator (PGC-1)의 기능을 증가시켜 궁극적으로 에너지 항상성을 조절한다. 실험쥐에게 고칼로리 식이와 레스베라트롤을 섭취하게 한 결과 일반 식이 쥐와 비슷한 체중 변화를 보였고 내장 지방이 줄었으며, 칼로리-제한 식이를 하였을 때와 유사하게 수명이 늘고 운동 기능이 좋아지며, 인슐린 감수성 증가 및, IGF-1은 감소하고 AMPK와 PGC-1은 증가하는 결과를 보였다. 또한 세포질 내 미토콘드리아의 수가 증가하였다. SIRT-1을 퇴행성 신경질환 형질전환 모델 쥐의 뇌 해마 부위에 주사하면 퇴행성 변화를 현저히 줄여주어 가령에 의한 퇴행성 뇌질환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레스베라트롤의 다양한 임상 효과

1. 동맥경화증에 대한 작용
적포도주에 있는 이 페놀 복합물은 LDL 산화를 방지하여 소위 ‘프렌치 파라독스’ 효과의 원인 약제로 주목받는데 이에 대한 증거는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실험실 연구에서 LDL 단백에 포함된 다가불포화지방산(PUFA)의 산화를 강력하게 억제하는 효과를 보였다. 둘째, LDL 단백은 구리 분자에 높은 친화도를 보이고 구리와 결합 후 산화가 잘 일어나는데 레스베라트롤은 구리 분자에 결합하므로 이 과정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이 기전은 다른 식물에서 흔히 발견되는 또 다른 항산화제인 플라보노이드 (flavonoid)보다 훨씬 강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지막으로 간 세포 실험 결과 레스베라트롤은 세포 내 Apo B 단백 농도를 감소시키는 결과를 보였는데 이 과정은 VLDL 생산 감소를 초래하고 결국 LDL 농도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소견이다. 그러나 이 소견은 아직 동물 실험에서 일치하는 결과를 일부 보여주지 않으므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론적으로는 레스베라트롤이 스타틴 계열의 HMG-CoA 환원 억제제나 콜레스티라민과 같은 담즙산 억제제 등과 같은 약물의 콜레스테롤 저하 작용을 증가시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LDL 콜레스테롤 대사 과정 외에 레스베라트롤의 동맥경화증 및 혈관 사고 예방에 좋은 효과를 보일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또 다른 증거는 혈소판 응집을 억제하는 것이다. 혈전 과정의 초기 단계인 혈소판이 손상 받은 내피세포에 부착하는 과정에 아라키돈산으로부터 eicosanoid 합성이 중요한데 레스베라트롤은 세포 실험에서 용량 의존적으로 이 과정을 억제하는 결과를 보였다. 이러한 소견은 실제 중등도로 포도주를 섭취하는 사람에서도 일치하는 결과를 보였다. 따라서 항응고 작용을 하는 다른 약물과 함께 복용할 경우 추가적인 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클로피도그렐, 디피리다몰, NSAID 및 아스피린 또는 와파린과 같은 항응고제 등의 경우, 함께 복용할 경우 출혈 위험이 증가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그 외 레스베라트롤은 항산화 작용에 의해 혈관 확장에 필요한 eNOS에 의한 NO 합성 과정이 산화 스트레스에 의해 억제되는 것을 제한하는 효과도 있다. 또한 레스베라트롤은 항산화기전이 아니라 다른 기전을 통하여 혈관 내피세포의 NO 생성을 조절함으로서 추가적인 심혈관 보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즉, 세포 실험에서 레스베라트롤은 세포 내 NF-κB를 억제하여 iNOS와 COX-2 발현을 차단하여 NO 생성을 감소하는 것이 관찰되었다. 이렇게 생성된 NO는 혈관 손상을 유발하여 동맥경화반 발생의 단초가 된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레스베라트롤과 퇴행성 뇌 질환
알쯔하이머 병은 나이가 들어서 발생하는 기억력 저하가 특징인 대표적인 뇌 신경 퇴행성질환으로서 다양한 인지 장애도 동반한다. 알쯔하이머 환자 뇌 신경 세포는 미토콘드리아 손상과 신경원섬유매듭 (neurofibrillary tangle)이 관찰되고 세포 바깥에 아밀로이드-β 펩티드가 침착된 소견을 보인다. 세포 실험에서 레스베라트롤의 아밀로이드-β의 생산 억제 효과는 관찰할 수 없었으나 세포 외 분비나 세포 내 침착을 현저히 줄여주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이는 아마도 세포 내 아밀로이드-β 분해 효과에 의한 것으로 생각된다.
알쯔하이머 쥐 모델을 이용하여 칼로리 제한을 하면 알쯔하이머 관련 증상 호전이 뚜렷이 관찰되는데, 이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칼로리-제한에 의해 유도된 sirtuin의 신경 재생 효과로 생각된다. 레스베라트롤은 SIRT1을 증가시키는 기전과 함께 아밀로이드-β에 의해 증가된 활성산소족을 감소시켜 DNA 손상을 막고 세포 사멸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한 두 잔의 적포도주 섭취로는 SIRT1을 활성화할 만큼의 혈중 레스베라트롤 농도인 1 micromole 이상에 도달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더구나 흡수된 레스베라트롤의 대부분은 15분 내 대사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의하면 훨씬 낮은 농도에서도 레스베라트롤의 신경 세포 보호효과는 유지되고, 체내 흡수된 레스베라트롤은 대사된 후 9시간 이상 체내 순환하는데 이 대사물 역시 SIRT1을 활성화한다는 것이 밝혀져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파킨슨 병은 대개 50~65세 경에 처음에는 잘 인지 못할 정도로 서서히 발병하여 점차 진행하는 질환으로서 뇌의 흑질, 기저핵의 세포 손상과 뇌간, 회백질 등의 위축이 나타나는 대표적인 중추신경계 퇴행성 질환이다. 레스베라트롤은 동물 실험에서 산화라디칼을 줄여줌으로서 뇌 신경 손상을 막아주는 결과를 보였다.

3. 레스베라트롤과 당뇨병
레스베라트롤은 앞서 언급한대로 SIRT1 발현을 증가시켜 항비만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레스베라트롤은 사이토카인의 작용을 억제하고 항산화 기전 등을 통하여 췌장 베타세포 보호효과가 관찰된다.
레스베라트롤은 고혈당을 유발한 실험 쥐의 혈당을 낮추는데, 혈당 강하효과의 그 주 기전은 인슐린 의존성 혹은 비의존성 과정에 의해 세포 내 포도당 이동을 용이하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인슐린 저항성 모델 쥐 실험 결과 레스베라트롤은 인슐린 작용을 증가시키고 혈중 인슐린 농도도 낮추는 효과도 있음이 확인되었는데 그 기전은 비만도를 낮추어 지방 독성을 줄이고 SIRT1 단백 발현이나 PGC-1 등의 효소 활성도에 대한 영향 때문으로 생각된다.
최근 연구들에 의하면 레스베라스톨은 당뇨병의 합병증 예방이나 치료에도 좋은 효과가 관찰되고 있어 2형 당뇨병에 다양한 기전으로 좋은 작용들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아직 사람을 대상으로 연구 디자인이 잘 된 대규모 연구는 없는 상태이고 4주 내지 12주간 500 mg ~ 2 gram의 다양한 용량으로 몇몇 소규모 연구에서 혈압이나 혈당, 그리고 인슐린 감수성에 효과가 관찰되나 체중에는 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