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모(48․남)씨는 올해 초 의사로부터 자신이 침윤성방광암에 걸렸으며 방광을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암이 조금이라도 방광 근육으로 침범되면 전신으로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술 후에는 정상적으로 소변을 볼 수 없으며 소변을 모으기 위해 복벽에 비닐로 된 소변주머니까지 차고 다녀야 한다는 말은 그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에서 방광대치술로 새로운 방광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한 가닥 희망을 갖게 됐다.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로봇수술센터장인 이영구 교수는 최첨단 4세대 로봇수술기인 다빈치 Xi를 이용해 오 씨의 방광을 제거한 뒤 회장을 약 50cm 잘라서 새로운 방광을 만들었다. 로봇수술기를 이용한 만큼 조 씨의 몸에는 흉터도 거의 없었고 합병증 없이 빠르게 회복됐다.

인간의 한계 극복한 로봇수술
 로봇수술은 의사가 해야 하는 시술의 일부 또는 전체를 로봇이 대신해 수술 성공률을 극대화시키고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수술이다. 로봇수술의 가장 큰 장점은 정교하다는 것이다. 수술 로봇은 미세한 손 떨림이 없고 최소한의 부위만 절개해 수술 시간을 단축할 뿐 아니라 후유증이 적어 환자의 만족도가 높다. 인간의 손이 접근할 수 없는 부위도 로봇팔은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는 곳까지 수술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때문에 로봇수술은 인간의 한계를 극복한 매우 안전하고 정밀한 최첨단 수술기법이다. 이에 따라 전세계 로봇수술 건수도 2008년 10만건에서 2009년 20만건을 넘어선데 이어 2011년 30만건, 2012년 40만건, 2013년 50만건을 넘어서는 등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로봇수술 메카로 자리매김한 한림대학교의료원

▲ 이영구 센터장

 한림대학교의료원은 최신형 로봇수술기인 다빈치 Xi를 올해 3월 18일에는 경기도 안양시 한림대학교성심병원과 서울시 영등포구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에, 4월 20일에는 경기도 화성시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에 설치했다. 또 기존에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에서 운영되던 다빈치 S는 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에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전세계에 처음 선보인 다빈치 Xi는 이전 모델인 다빈치 Si보다 기능과 편의성이 강화돼 더 복잡한 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 다빈치 Xi는 4개의 로봇 팔이 움직일 수 있는 각도가 기존 149°에서 177°로 커져 로봇의 위치를 변경하지 않고도 더 넓은 부위를 수술할 수 있다. 또 로봇팔의 길이는 5cm 늘어났고 굵기도 약 6cm 가늘어졌다. 이러한 기능 향상으로 다빈치 Si가 한 부위에 한정된 암 수술이나 단일공 수술에 주로 사용된 반면 다빈치 Xi는 최소 절개수술이 어려웠던 인체의 복잡하고 깊은 곳까지도 로봇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 이외에도 수술 준비 과정인 ‘도킹(docking)’을 약 1분 30초 만에 완료할 수 있어 수술시간도 단축했다. 또 내시경렌즈 바로 뒤에 카메라를 설치해 실제와 흡사한 초고화질의 3D 영상정보를 제공해 수술 시 의료진의 시야확보가 용이해졌고 더욱 정교한 수술이 가능해졌다.
이 같은 다양한 장점을 가진 다빈치 Xi를 올해에만 3대를 도입한 한림대학교의료원은 서울․경기․강원을 잇는 로봇수술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각 과별로 뭉친 ‘로봇수술 전문가’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로봇수술센터는 2007년 9월 첫 활동을 시작했다. 센터장인 이영구 교수를 비롯해 비뇨기과(정하범․최돈경 교수), 외과(김병천․김지원․윤상남․권용진․김광용 교수), 이비인후과(김진환・이동진 교수), 산부인과(박성호․박성택․김홍배 교수)가 있다. 이들은 센터 개소 이전부터 미국 컬럼비아대학병원과 코넬대학 등 해외 대학에서 연수하며, 로봇수술에 대한 노하우와 기술을 익혔으며, 최신형 로봇수술기인 다빈치 Xi를 숙달해 첨단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로봇수술센터는 2006년 개최한 ‘제3회 한림-컬럼비아-코넬 국제학술심포지엄’에서 로봇수술의 세계적 대가인 컬럼비아의대 외과 미셀 아르겐지아노 박사를 초청해 첨단 임상의학을 국내에 소개했다. 또 2007년에는 어드벤큘라 미국 미시건대 산부인과 교수를 초청해 자궁근종 로봇수술을 시연했고, 같은해 아이삭 킴 미국 뉴저지 대학 비뇨기과 교수를 초청해 전립선암 로봇수술을 시연했다.

전립선암 수술부터 방광대치술까지 섭렵한 비뇨기과

▲ 방광대치술

 전립선암은 전 세계적으로 로봇수술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질환이다. 미국의 경우 전립선암 환자의 90% 이상을 로봇수술로 시행하고 있다. 전립선암이 다른 암에 비해 로봇수술의 장점을 가장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립선은 방광 아래 신경세포와 미세 혈관에 둘러싸여 있는 호두알 크기의 기관이다. 과거 개복수술이나 복강경수술로, 암 조직을 제거할 때 연관 조직의 손상과 출혈, 수술 후 요실금과 성기능 장애 등의 문제점이 생겼다. 그러나 로봇수술의 등장으로 이러한 문제점들은 크게 보완되고 있다. 

▲ 다빈치 Ⅸ

 로봇수술은 3D 영상을 통해 수술 부위를 정확하고 입체적으로 보여줄 뿐 아니라, 로봇팔이 섬세하게 움직여 의사가 전립선 표면의 신경과 혈관을 구분하는 것이 수월하다. 실질적으로 로봇수술을 이용한 전립선암 치료는 요실금과 발기부전 등 수술 후유증이 훨씬 적은 편이다.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을 찾는 전립선암 환자 중 90% 이상이 로봇수술을 선호할 정도로 기존 수술법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영구 교수는 로봇수술 중 가장 고난위도로 알려진 방광대치술도 활발히 시행하고 있다. 이 수술은 방광암 환자의 방광을 제거하고 소장으로 인공방광을 만들어 수술 후에도 정상적으로 소변을 볼 수 있고 삶의 질이 저하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 신장암 수술에도 로봇을 이용해 종양을 부분적으로 적출해 신장을 보존할 수 있으며, 부신종양환자에게도 로봇수술을 적용해 정밀하고 안전한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자궁의 외상과 후유증을 줄여주는 산부인과
 여성의 자궁은 주변 조직이 민감하므로 수술로 인한 손상을 최소화하고 세심하게 다뤄야 한다. 이 때문에 여성 질환인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자궁내막암, 자궁경부암 등에서 로봇수술 건수가 늘고 있다. 
 과거 여성 질환의 경우 내시경을 이용한 복강경 수술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로봇수술의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자유롭게 움직이는 로봇팔 덕분에 절개를 최소화하고 정교하게 수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자궁의 기능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고 회복 속도도 빨라 수술 뒤 바로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다. 특히 흉터가 거의 남지 않는 점 때문에 로봇수술은 임신을 앞둔 20~30대 젊은 여성에게 관심이 높은 편이다. 

대장암・갑상선 수술에도 로봇수술 확대한 외과・이비인후과
 외과 영역에서는 대장암, 직장암, 위암, 갑상선암 등에 로봇수술이 사용된다. 로봇팔은 의사의 손이나 수술도구가 접근하기 어려운 골반이나 비장 근처까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그래서 대장암 수술 시 직장을 둘러싸고 있는 직장간막을 정교하게 벗겨내고 자율신경계의 손상을 최소화해 성기능과 배뇨 기능 손상을 막는다. 또 항문과 가까운 부위에 발생하는 직장암은 로봇수술 시 인공항문을 만들지 않고 복강 내에서 연결하는 수술까지도 가능하다. 
 여성에게 발병률이 높은 갑상선암 치료에도 로봇수술을 활용한다. 겨드랑이를 5~6cm 절개해 수술하기 때문에 흉터가 보이지 않아 환자 만족도가 높으며, 미용에 관심이 많은 젊은 여성들이 선호하는 추세다. 절개술과 비교하면 회복 기간이 짧은 것도 장점이며, 수술 시간도 기존보다 30분 이상 적게 걸린다. 이비인후과에서는 갑상선암 이외에도 후두암 등 두경부종양에도 로봇수술을 적용하고 있다. 

여러 진료과의 긴밀한 협진이 꾸준한 성장의 비결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로봇수술센터는 지난해 말 수술 건수 700례를 기록했다. 주로 비뇨기과, 외과를 중심으로 성장해왔지만 최근 갑상선암 로봇수술이 크게 늘고 있다. 또한 이비인후과 산부인과의 적극적인 합류로, 2007년 개소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이영구 센터장은 “무엇보다 전 의료진의 의욕과 발전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 연이은 수술 성공으로 환자들 사이에서 입소문 마케팅이 더해져 나타난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로봇수술센터는 비뇨기과・산부인과・외과・이비인후과 등 로봇수술과 관련된 진료과의 의료진이 다함께 다학제적 진료를 하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여러 진료과의 의료진이 서로 충분한 교류를 하며 효율적인 코워크(Co-work)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 질환을 앓는 환자 중 방광이나 요관 등 비뇨기계 장기까지 손상을 입은 경우가 있다. 이때 비뇨기과 교수가 수술에 참여하면 안심하고 수술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자궁암 수술을 하는데 암이 방광까지 전이된 상황이라면, 방광과 자궁을 동시에 로봇으로 제거하고 방광을 새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처럼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로봇수술센터에서는 환자 한 명 한 명에 대한 전 진료 과정을 함께 논의하고, 가장 적합한 치료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의료진들은 지식과 경험을 주고받으며, 직책과 상관없이 배울 점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더불어 수술 경험을 꾸준히 쌓아온 교수들의 자신감 또한 센터의 자부심이다.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은 로봇수술의 장점을 활용해 선진 의료기술을 적극 구현해나가며,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로봇수술센터는 국내 최고의 로봇수술센터가 될 수 있도록 더욱더 힘써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