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검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단'은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A제약업체 영업이사 손모 씨(46), 외국계 의료기기 회사인 B사 한국지사장 김모 씨(46) 등 7명과 이들로부터 리베이트를 챙긴 김모 씨(48) 등 의사 4명을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수사 결과 A업체는 2010년 9월∼2011년 6월 의사 461명에게 500여 차례에 걸쳐 약 3억5,900만 원 상당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업체는 의사들에게 논문 번역료나 시장조사 응답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처럼 꾸며 리베이트를 제공했지만 정작 의사들은 번역과 시장조사 등을 하지도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실제로 의사들이 논문을 번역한 것처럼 회사가 따로 논문을 번역해 두는 경우가 많았고 제품 설문지는 허위로 작성해 둔 회사도 있었다"고 전했다.

또 이번 수사에서는 외국계 기업도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회사는 2014년 10월부터 올 2월까지 정형외과 의사 63명을 태국 방콕과 미국 하와이 등지로 데려가 골프관광을 시켜주는 등 총 2억1,000만 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기소된 의사들은 업체로부터 수천만원의 리베이트를 받기도 했다. 또 일부는 영업사원이 미리 결제해 놓은 업소에서 공짜술을 마시거나 신용카드를 받아 쓰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리베이트를 제공한 7개 업체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특히 이 중 5곳은 지난해 7월 시행된 리베이트 투아웃제 적용대상이다.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536명을 적발한 검찰은 공소시효가 지난 사례 등을 제외한 339명의 명단을 보건복지부 등 담당 기관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받은 금액이 수십만원 수준인 의사들은 행정처분 의뢰를 하지 않았다.

검찰은 "그동안에는 리베이트 단속이 국내 제약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나 이번 수사를 통해 외국계 기업도 리베이트 제공 등 불법적인 영업행위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또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가 두차례 이상 적발될 경우 제약회사에 엄중한 제재를 가하는 '리베이트 투아웃제'는 작년, 금품 제공자 외 수수자도 처벌토록 하는 '쌍벌제'가 2010년 시행됐지만 리베이트 관행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리베이트가 사라질 때까지 지속적으로 단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