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남동부에 위치한 남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전이자 최고의 연애소설로 꼽히는 ‘춘향전’의 무대이며, 추어탕으론 둘째가라면 서러운 곳이 바로 남원이다. 또한, ‘국악의 성지’이다. 판소리 다섯마당 중 춘향가, 흥부가의 무대이자, 수많은 명인, 명창을 배출한 국악의 요람이다. 남원은 예부터 지리산 자락에 자리한 고을 중 멋과 맛과 예술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임희영 원장이 이러한 남원에 터를 잡은 지 벌써 14년여가 지났다.

남원을 만나다

남원과의 인연은 순창의료원에서 내과과장으로 근무하던 시절부터 시작됐다.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하던 그는 공중보건의로 발령을 받고, 순창의료원에서 근무하게 된다. 임 원장은 “당연히 보건의 근무기간이 끝나면 다시 서울로 돌아가려 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즈음 발생한 의약분업으로 그의 인생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의약분업이 연일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전 국민이 혼란스러워하던 시기였다. 파업에 동참하며, 여러 생각을 하다 보니 의사로서의 회의감을 느끼게 되었다. 결국 그동안 생각했던 미래와는 다른 선택을 했고, 임내과의원을 개업하게 됐다” 

임내과의원은 남원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조금만 고개를 돌려보면 찾을 수 있다. 지난 2001년 개원해 내과 진료 전문기관으로서 지리산 일대, 남원, 구례, 곡성, 장수, 오수, 순창, 함양 등을 아우르는 지역 거점 의료기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내과적인 검사는 대부분 시행하며, 내시경, 초음파검사, 임상병리검사 등 종합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와 함께 국민건강보험공단 검진지정병원을 운영하며, 지역 내 주민들의 평소 건강 체크에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건보공단 검진지정병원의 원장으로서, 임 원장은 건강검진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을까?

“얼마 전, 국립암센터에서 건강검진 권고안을 내놓았는데, 큰 이견은 없다. 그러나 몇 가지는 달리 생각을 하고 있다. 일단 위암검진은 최소한 1년마다 내시경으로 받아야 된다는 것, 그리고 75세 이상이라도 위암검진은 받아야 된다는 것이다. 조기위암으로 내시경적점막절제술 외래를 위해 내원한 75세 이상 환자들도 많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행히 치료가 잘 되어 지금까지 만족스러운 삶을 보내고 있다. 이에 반해 위암 수술, 또는 시술을 거부하는 환자도 꽤 있는데, 주로 가족들이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암센터에서 발표한 바와 같이 생존율에는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지만, 삶의 질적인 면에서는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생각한다. 100세 시대아닌가. 위암 이외에도 조기발견으로 도움 받을 수 있는 질환들이 많다. 건강검진은 해마다 받아야 된다. 그리고 나이에 상관없이 받는 것이 좋다” 

가장 많은 내과 환자를 돌보다

“의과대학, 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서울아산병원에서 보냈다. 청춘의 10여 년을 함께한 마음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보니 청춘을 함께 보낸 선후배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임내과의원은 서울아산병원 협력의료기관이다. 이와 함께 임 원장은 서울아산병원 내과 외래교수 및 자문의로 활동하며, 환자 의뢰 등 학술적으로 활발한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에 재직 중인 많은 동료 의사들, 선후배 교수들에게 환자들의 상태에 대해 논의하는 등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 KBS 프로그램 '동행' 방영 모습

또한, 서울아산병원을 찾은 환자들의 주소가 남원 인근 지역이면, 수술 후 치료 등을 임내과의원에서 받을 수 있게 도움을 받고 있어 환자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은 상황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일까? 지난 국정감사에선 전국 내과의원 중 의사 1인당 가장 많은 환자가 방문하는 의원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환자를 돌보는 내과의사, 그 비결은 무엇일까?

“친절과 단정한 복장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최근 경향을 보면, 많은 의사들이 편한 복장으로 환자를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이는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서울아산병원 근무 당시 초대 내과과장이었던 홍창기 교수님의 영향으로, 지금까지 흰 드레스셔츠에 세련된 넥타이, 그리고 전통적인 흰색 가운을 유지하고 있다. 의사는 흰 가운이다.

두 번째론, 끊임없는 공부다. 인터넷의 발달로 많은 국민들이 의학지식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시기다. 쉽게 접할 수 있는 만큼, 잘못된 의학상식을 가지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환자들에게 제대로 된 올바른 의학지식을 알려주어야 된다. 그리고 최대한 알기 쉽게 자세히 설명해주기 위해 공부해야 한다.

세 번째, 진찰이다. 내과의 경우 청진은 모든 환자의 기본이다. 기본에 충실한 진료는 환자들에게 의사를 더욱 의사답게 보여준다. 그리고 청진할 때 가슴뿐 아니라 등도 반드시 청진해야 한다. 환자들은 스스로 볼 수 없는, 손에 닿지 않는 부분의 진찰에 더욱 감동받는다. 모든 환자를 청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넷째, 진찰은 예술이다. 진찰은 단순한 상담과 약 처방이 아니다. 환자와 보호자라는 관객, 그것도 참여하는 관객이 있는 무대예술이다. 의사가 환자를 판단하는 것 이상으로, 환자는 의사의 모든 것을 판단한다. 희로애락(喜怒哀樂)의 모든 순간에서, 변함없이 친절하고 따뜻한 마음과 태도를 보여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동료는 형제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동업자는 형제이니, 형제를 비난하거나 어려움에 빠뜨려서는 안 된다. 동업자가 형제라는 것을 선서하는 직종이 의사 외에 또 있을까? 동료의사를 험담하는 것은 환자들에게 모든 의사를 불신하게 하는 지름길이다”

환자를 만나다

“서울에서만 지내다 연고 하나 없는 남원에 정착하니 외로움과의 싸움이었다. 일적으로도 많이 힘겨웠던 시기였는데, 환자들이 그러한 외로움을 극복하게 해주었다. 항상 친구처럼 생각하고, 진료를 볼 때 ‘이들이 내 가족이었으면 어떻게 했을까?’란 생각을 가지다 보니 어느새 내원하는 환자 모두가 내 가족이고, 친구였다”

임 원장은 하루 2~3시간은 꼭 운동을 한다고 한다. 많은 환자를 돌보기 위해선 의사에게 체력은 필수항목이란 생각 때문이다. 임 원장은 “건강한 의사는 환자에 대한 예의이며, 건강한 의사가 환자에게 긍정적 암시를 준다”고 설명했다.
가장 많은 환자를 돌보는 비결, 그건 바로 환자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아닐까. 누구나 알고 있지만, 행동하기엔 쉽지 않은 의사로서의 마음가짐을 실천하고 사는 임희영 원장. 하지만 그는 아직도 부족하다고 말한다.

“많은 환자가 몰리지만, 혼자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니 대기시간이 3~4시간 정도 될 때도 있다. 서비스면에서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기회만 된다면 내과전문의 여럿이 모여 내과전문 의료기관으로 함께할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