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내 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LDL cholesterol)의 증가가 동맥경화증, 심혈관 및 뇌혈관 질환의 발생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고, 약물을 사용한 콜레스테롤의 감소는 이러한 질환들을 의미 있게 감소시킬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은 현대 임상의학이 이룬 가장 탁월한 성과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혈액 내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기 위한 스타틴 계열과 같은 약물들의 사용이 증가되고, 각 나라별로 발표되는 진료 지침들에서 이러한 약제들의 사용이 적극적으로 권장되면서 자연스럽게 식사요법에 대한 관심은 조금씩 줄어들었던 것이 현실이다.

이 글에서는 고지혈증 혹은 이상지혈증에 대한 식사요법에 대해 간략히 조감을 하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해 다루어 보도록 하겠다.

■ 콜레스테롤의 섭취와 심혈관질환
상식적으로는 콜레스테롤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섭취하면 혈액 내 콜레스테롤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심혈관 질환이 증가될 것처럼 생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대규모 연구들 중 콜레스테롤의 섭취량과 심혈관 질환을 직접 관찰한 연구들은 대부분 이와는 상반되는 결과들을 발표하고 있어 조금 놀라울 수도 있다.

현재까지 이 주제를 다루었던 대규모 연구들은 총 28개로 알려져 있는데, 이들 중 26건의 연구들은 콜레스테롤의 섭취와 심혈관 질환이 관련이 없다고 보고한 반면 오직 2개의 연구들만 이들 사이에 관련성이 있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한다.

콜레스테롤을 많이 섭취하면 심혈관 질환에 잘 걸리게 될 것이라는 것은 동물실험들에서 고콜레스테롤 식이를 섭취시키면 죽상경화증이 증가하고, 사람에 대한 임상시험에서 콜레스테롤의 섭취량을 늘리면 혈액 내 콜레스테롤이 증가한다고 하는 것에서 기인한다. 이에 따라 많은 나라들의 보건당국들은 심혈관 질환의 예방을 위해 콜레스테롤 섭취를 제한하는 식사요법을 지난 20-30년간 시행해 왔다.
하지만 동물들, 특히 설치류와 인간을 제외한 영장류에서의 체내 콜레스테롤 대사는 매우 다르기 때문에 동물에서의 결과는 유감스럽게도 인간에서 바로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콜레스테롤의 섭취가 동맥경화성 심혈관 질환에 의한 사망의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하는 과거 연구들을 재분석한 결과 콜레스테롤이 많은 식사를 하는 경우는 대부분 콜레스테롤을 현저히 증가시키는 포화지방산의 섭취가 같이 증가하며, 전곡, 과일, 밀, 야채, 비타민, 항산화물질, 그리고 식사섬유의 감소된 섭취와 연관이 있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것에 따라 연구들을 재분석 해 보면 콜레스테롤 섭취량은 증가된 사망률을 30% 정도 설명할 수 있었지만, 포화지방산 섭취량은 심혈관 질환에 의한 사망을 77% 설명할 수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이 연구들의 진정한 결론은 콜레스테롤 보다는 포화지방산의 섭취가 훨씬 더 해롭다고 하는 것이어야 한다.

연구 결과 데이터를 해석하는 방법에서 단인자 회귀분석을 하게 되면 콜레스테롤의 섭취량이 심혈관 질환의 발생과 관련이 있게 나올 수 있지만 포화지방산과 불포화지방산을 모두 분석에 포함시켜 다인자 회뷔분석을 하면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서 콜레스테롤의 섭취는 심혈관질환의 발생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온다고 한다.

여러분들이 보기에 상당히 놀라운 결과일 수도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 보다 깊은 이해를 하기 위해서는 우리 몸에서 이루어지는 콜레스테롤의 분포와 평형에 대한 사전 지식이 좀 필요하다.

■ 인체 내 콜레스테롤의 분포와 대사
70kg의 사람에서는 대략 총 140 g의 콜레스테롤이 체내에 존재한다고 한다. 그 중에 혈액에 존재하는 콜레스테롤은 8 g 정도이며 이것의 80% 이상이 LDL-cholesterol 입자 속에 분포한다. 그 중 단지 1 g만이 매일 생산되고 배설된다. 그 1 g 중 600 mg은 간에서 생산된 것이며 400 mg은 장을 통해서 흡수되어 들어온 콜레스테롤이다. 콜레스테롤은 하루에 1 g이 배설되며 이중 약 500 mg이 재흡수 된다. 콜레스테롤은 또한 담즙의 형태로 약 500 mg이 배설된다. 따라서 매일 1 g의 콜레스테롤이 배설되고, 1 g의 콜레스테롤이 새로이 체내로 유입되어 평형을 이룬다.

간은 콜레스테롤 생성과 제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늘 항상성을 유지하려고 하므로 식사를 통해 콜레스테롤이 너무 많이 들어오면 간에서 콜레스테롤 생성을 낮추고 분해를 증가시킨다. 따라서 식사를 통해 콜레스테롤을 많이 섭취한다고 해서 혈액 내 콜레스테롤이 많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혈액 내 콜레스테롤 양을 결정함에 있어 식사를 통한 섭취보다 간에서의 생합성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콜레스테롤을 평상시 보다 100 mg/day씩 꾸준히 더 섭취해도 혈액 내 LDL 콜레스테롤은 1.9 mg/dl, HDL콜레스테롤은 0.4 mg/dl 더 증가한다고 한다. 음식 내의 콜레스테롤은 용량 비례적으로 체내로 흡수되지 못한다. 콜레스테롤의 섭취가 500 mg/day이상이 되면 아무리 콜레스테롤을 많이 먹어도 장에서의 운반과정이 포화가 되면서 혈액 내 콜레스테롤이 더 이상 증가하지 않고 plateau에 도달하게 된다.

■ 심혈관질환 증가의 실제 범인은 포화지방산 ?
앞서 기술한 것처럼 혈액 내 콜레스테롤은 콜레스테롤 섭취보다 포화지방산의 섭취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관찰역학 연구들에서 콜레스테롤 섭취와 심혈관 질환 사이에 연관이 있는 것처럼 보여지는 것은 콜레스테롤이 섭취되는 형태와 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대부분 콜레스테롤이 많은 식사는 버터에 굽거나 튀긴 형태로 가공되며, 곁들인 음식도 대단히 기름지기 때문에 포화지방산이 비례해서 많이 들어간다. 반면에 콩, 버섯, 야채, 해조류 등의 식이 섬유가 많이 든 음식은 적게 섭취하게 된다. 즉, 콜레스테롤 섭취와 혈액 내 콜레스테롤의 관계에 대한 착시는 동반된 포화지방산의 과섭취와 식이 섬유의 섭취 결핍에서 기인하게 되는 것이다.

CSI (cholesterol saturated fat index)라는 지표가 있다. 이것은 섭취하는 음식이 혈액 내 콜레스테롤에 영향을 주는 정도에 대한 표준화된 지표로 음식내의 포화지방산과 콜레스테롤을 모두 감안한 것이다. CSI가 클수록 혈액 내 콜레스테롤을 잘 증가시키게 된다. 콜레스테롤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잘 알려진 새우의 CSI가 5인 반면 콜레스테롤이 없는 아이스크림은 CSI가 19나 된다.

굴과 조개는 CSI가 3인 반면 체다 치즈는 7, 버터는 36, 코코넛 오일은 37이나 된다. 생선은 CSI가 3이고 등심과 채끝살은 7정도에 불과하다. 식물성기름과 올리브오일은 각각 8가 7이다. 육식과 조개류가 콜레스테롤을 많이 높이고 채식은 상관없을 것이라고 하는 상식과는 반대되는 현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CSI가 모든 것을 설명해주지는 못한다고 한다.

프랑스인과 영국인들이 섭취하는 식사의 CSI 평균은 동일하지만 영국인들이 프랑스인에 비해 심혈관 질환이 5배 더 잘 생긴다고 한다. 또한 CSI가 높은 계란의 경우 심혈관 질환의 발생과 관련이 없다는 보고가 많다고 한다.

 

 

 

 

 

 

 

■ 계란의 역설
계란의 CSI는 24로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계란 섭취를 많이 한다고 해서 심혈관 질환이 증가되지는 않는다. 계란 노른자는 단일식품으로는 가장 많은 콜레스테롤을 함유하고 있어 계란 노른자 하나 당 약 250 - 300 mg의 콜레스테롤이 존재한다고 한다. 전형적인 미국식 식사의 경우 하루 동안의 콜레스테롤 섭취량 중 계란 노른자에 의한 섭취가 약 3분의 1에 달한다.

계란 노른자는 따라서 고지혈증 치료에 있어 제일의 기피식품으로 간주되어 왔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옳은 것이었을까?

현재까지 이루어진 대부분의 임상 연구들은 계란의 섭취량과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의 사이에 어떠한 연관도 증명하지 못하였다. 오히려 몇 몇의 연구들에서는 계란 소비가 많을수록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낮다고 보고한 것도 있다.

콜레스테롤을 아주 적게 먹는 사람이 계란을 많이 먹으면 당연히 혈액 내 콜레스테롤이 증가한다. 하지만 이미 콜레스테롤을 하루 300 - 400 mg/day 섭취하고 있는 사람에서는 여분의 콜레스테롤이 더 들어와도 이미 장을 통한 콜레스테롤의 흡수가 한계치에 도달했기 때문에 혈액 내 콜레스테롤이 많이 올라가지 않는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같이 먹는 음식이다.

식사섬유는 소장에서 담즙산을 포착하여 음식으로 들어온 콜레스테롤과 담즙으로 분비된 콜레스테롤의 흡수를 저하시키고 배설시킨다. 포화지방산과 콜레스테롤이 많은 식사를 하는 사람들은 대개 식사 섬유를 적게 먹는다. 따라서 CSI가 동일한 식사를 한다고 해도 섬유가 적은 영국식 식사보다는 해산물이 풍부하고 전곡과 과일을 많이 먹는 프랑스식 식사가 이롭다는 것이고, 이 차이는 바로 심혈관 질환 발생률의 차이로 나타나는 것이다.

■ 결  론
식사를 통해 섭취하는 콜레스테롤이 혈액 내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는 가장 중요한 인자는 아니다. 혈액 내 콜레스테롤은 포화지방산이 많은 식사를 하는 경우에 제일 많이 증가하며, 불포화지방산을 섭취하는 경우는 포화지방산이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는 효과의 반 정도만 상쇄시킨다고 한다.

식사를 통해 섭취하는 콜레스테롤은 아주 많은 양을 줄이거나 늘려야만 혈액 내 콜레스테롤 수치에 반영이 되는 정도이며, 그 효과는 크지 않다. 계란의 과도한 섭취가 심혈관 질환과 관련이 있다고 하는 연구 결과는 거의 없다.

고지혈증 및 이상지혈증에 대한 식사 요법에서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 내 콜레스테롤의 함량보다도 동반된 포화지방산의 섭취량이며, 일반인들과 의료진들에게 잘못 알려진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환자들에 대한 식사 요법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세심한 교육이 향후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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