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사람들의 마음의 소리를 듣고, 그들에게 정신적으로 위로와 평안을 주는 좋은 작품을 쓰는 의사시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곱사등이의  노래
                                                        김세영

                      나지막한 소리로 등을 미는 바람에도
                      강풍 속의 나무처럼 흔들릴 때가 있다
                      점도 높은 타액으로 사육한
                      화사의 혀로 연마해서, 닳고 얇아져서
                      나이테의 결을 가진 추간판이
                      바람의 혀와 주파수가 꼭 같아져
                      최대 진폭의 공명으로 
                      온 척추 마디마디가 떨리는 것이다

                      정수리로 뻗친 공명의 떨림에
                      수많은 솔잎의 머리카락이 흔들리어
                      몽유하는 구름의 몸에 화살촉들이 박힌다
                      흰 뱃살이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리며
                      산달을 기다리던 기파가 모습을 드려낸다
                      전령의 까마귀가 물고 와,
                      적송의 가지돌기에 달아놓은 저 천상의 기호들,
                      이를 감지한 등껍질들이 들떠서 일어나고
                      산자락의 지판이 공명으로 떨리는 것이다

                      영육이 맨살을 맞댄 침상 위에
                      구부정한 저녁의 등을 누이면
                      붉은 기파가 일렁이며 척추관 속으로 들어온다
                      대동맥궁으로 솟구쳐 일어 선 등뼈가 
                      어두운 풍랑을 품은 돛대처럼 꿈틀거리며
                      소리굽쇠가 되어 우는 것이다.
                      언젠가 들은 듯도 한, 아득한
                      북소리의 두근거림에 몸을 띄우고
                      접신한 무당이 칼춤을 추듯, 일필휘지
                      등뼈를 휘둘려 보는 것이다.

<곱사등이의  노래>. 이 시는 강남구 대치동 현재의 장소에서 31년째 내과 개원의로서 근무하고 있으며, 성균관의대 외래교수와 강남구의사회 고문직을 맡고 있는 김영철 원장의 시이다.

김영철 원장에게는 남다른 특징이 있다. 의사로서는 김영철이라는 본명과 시인으로서는 김세영이라는 필명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

의사로서의 김영철 원장은 부산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젊은 시절 서울에 대한 동경심과 탈주심리로 상경하여 국립의료원에서 내과 수련과정을 밟고, 서울의과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마쳤으며, 그 후 국립의료원 순환기내과와 부천 세종병원의 순환기내과 과장으로 재직하다 개원했다.

또한, 시인으로서의 김세영 작가는 한국의사시인회 회장과 최근 창간한 시전문 잡지 『시담』의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시산맥 시인회 고문, 국제펜클럽 한국본부인권위원, 의사문학회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의사와 시인으로서의 삶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는 김영철 원장을 만나본다.

“긴 세월 한곳에서 지내고 보니 진료실이 의사의 무덤이 될 것이라는 선배 의사의 말이 실감 있게 느끼게 된다”는 김영철 원장이 시의 매력에 빠지게 된 계기는, 귀머거리로 열여덟의 짧은 생을 살다간 동갑나기 고종사촌 때문.

“고종사촌이었던 그는 어린 나이에도 뛰어난 문인의 자질을 보여주었기에 그 시절을 회상할 때마다 안타까운 그리움에 빠지게 된다”고 회상하는 김 원장은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입시 공부에서 해방되고, 시간적 여유도 갖게 되면서 그와 자주 만나게 됐다. 그가 쓴 시를 몇 편 나에게 보여주었는데, 그의 시적 감수성과 표현력에 깜짝 놀랐다. 나 또한 사춘기적 감성의 눈을 뜨기 시작한 시기라서 여기에 자극을 받아, 시집과 소설 등의 문학서적을 읽고 나도 습작을 해보게 됐다”고 기억을 되짚어 본다.

하지만 그 시절 문과대학에 진학하려 했지만 부모님과 뜻이 달랐다는 김 원장은 어릴 때는 연주창(결핵성 임파선염)을 앓았고, 고등학교 때는 폐결핵을 앓는 등 몸이 허약해서 부모님은 내가 의사가 되어서 스스로의 건강을 지키기를 원했다고 의사의 길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고.

김 원장은 “집안 어른들의 권유와 설득으로 의과대학에 진학하게 됐으며, 의사가 되어도 문학을 할 수 있다는 주위의 설득과 자신과의 타협으로 의사의 길을 택했고 전문의사의 과목 선택 시에도 전문 과목 중 가장 문과적인 내과를 선택함으로써 그나마 차선의 현실적인 타협점을 찾았다”며, “덕분에 의사로서의 지식과 경험이 나의 시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시적 소재로서 인체기관을 사용하기도 하고, 시어도 의학적 용어를 은유적으로 많이 사용하게 되어 나의 시의 한 특징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시인으로서 김 원장은 지금 시전문 잡지 <시담>의  창간 작업에 편집인으로 참여하여 시간과 노력을 많이 할애하고 있다.

김 원장은 “한국의사시인회에서는 5월 중에 제4 사화집을 출간하여 6월 중에 출판기념회를 가질 예정이다. 작년에는 부산에서 행사를 가졌으며 올해에는 서울에서 의료계 대표 인사들과  일반 시인단체의 대표 문인들, 관련 언론계 기자와 인사들을 초대하여 신생 단체인 의사시인회를 널리 홍보할 계획이다. 또 하반기에는 시화전을 종합병원의 로비나 휴식공간에  환자와 그 가족들을 위한 시화전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속한 ‘한국의사시인회’는 2012년 9월, 회원 간의 상호교류와 친교로 시적 소양의 증진으로 시문학계의 발전과, 의학의 인문학적 소양의 증진으로 의료계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창립된 단체다.

김 원장은 “한국시단의 원로시인으로서 명망을 얻고 계시고, 본회의 고문으로 모시고 있는 허만하 선생님, 마종기 선생님, 이원로 선생님, 김춘추 선생님을 위시하여 40여 명의 의사시인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본회는 매년 시화집을 발간하고, 유명 강사진을 초빙하여 인문학 특강을 하고 있으며, 젊은 의사시인의 발굴과 양성에 계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며, 향후 한국의사시인회가 전문적 특성이 있는 개성적이고 창의적인 시의 한 분야를 개척하여 한국시단의 다양성과 시적 영역 확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작가로서의 비전을 제시했다.

또한 김 원장은 의사로서도 남다른 꿈을 가지고 있다.
“교회의 해외 선교활동의 일환으로 피지와 미얀마에 의료봉사를 갔다 왔다. 해외 봉사를 나가보면 불과 50년 전에는 남의 도움의 받았던 어려운 나라에서 이제는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게 된 잘 사는 나라로 비약적으로 발전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도 기회와 여건이 되면 우리보다 어려운 나라에 의료적 도움을 주고 싶다”고. 

“의사이자 시인인 김 원장에게 의사란?” 기자의 질문에 “의사시인은 시의 홍역을 앓은 사람이다. 의대에 진학하기 전 청소년기에 일찍 앓은 사람도 있고, 의사가 된 후 늦게 않은 사람도 있다. 시의 홍역을 앓은 후유증으로 일생 동안 시의 마력과 매혹에 사로잡힌 의사들이다. 의학은, 생명 없는 물체를 다루는 다른 과학 분야와는 달리 생명과 정신을 소유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므로 단순한 과학이 아니라 예술적 과학이다. 몸과 정신의 결합체인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의학과 시는 공유하는 영역이 매우 크다”며, “진정한 의학은 인간 내면에 대한 깊은 이해에 관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시와 맥이 닿아 있다. 따라서 시와 의학의 융합은 직관, 상상력 그리고 창의적 공감을 바탕으로 서로를 풍부하게 할 것이다. 의사시인으로서 인간의 내면탐구에  해부생리학적 심리학적 지식을  활용할 수 있으며, 시인의사로서 환자의 마음의 결을 잘 감지하여 더 잘 소통하면서 진료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에 대해 “나 자신도 노령자가 되고, 우리나라가 점차 초고령 사회가 되므로, 노인질환에 대해 관심과 지식을 전문적으로 습득하여 노인환자를 전문적으로 보는 의사가 되려고 한다. 향후 개업을 그만 두면 건강이 허락하는 한, 노인요양병원 등에서 의료봉사도 하고 싶다. 또한 시인이란 직업도 은퇴가 없으므로 죽을 때까지 아픈 사람들의 마음의 소리를 듣고 그들에게 정신적으로 위로와 평안을 주는 좋은 작품을 쓰는 의사시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