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환자의 자발적 퇴원 요구 시의 대응방법

[법무법인 다우 정현석 변호사] 헬스미디어l승인2016.08.30l수정2016.08.30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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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입원환자 또는 수술환자의 경우 아직 건강상태 회복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주치의에게 퇴원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으며, 이는 외국인환자의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높은 수준의 치료결과를 기대하고 고비용을 지출하여 대한민국 의료기관에 내원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치료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해당 외국인환자 또는 환자의 보호자가 하루 빨리 자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일반적인 의료기관 업무관행에 따르면 1차적으로 담당 주치의 등이 퇴원을 만류한 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원을 강행하겠다고 주장하는 경우에는 해당 환자로부터 이른바 ‘자발적 퇴원동의서’에 서명을 받고 퇴원조치를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발적 퇴원동의서’에 기재되어 있는 내용은 대부분 “퇴원에 따라 건강상태가 악화되더라도 의료기관에게 책임이 없음을 확인한다.”는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기에 실무상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과거 서울 소재 유명 의료기관에서 환자 보호자의 강한 요청에 따라 중증질환 환자를 퇴원시켰는데 환자의 자택에서 호흡보조장치를 제거한 지 5분도 지나지 않아 사망한 사례에서, 담당의사(전문의, 수련의)를 살인방조죄로 처벌한 사례가 있기에, 이러한 사안에 관하여는 더욱 조심히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판결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대법원 2004. 6. 24. 선고 2002도995 판결

[사건의 경위]

● 피해자는 1997. 12. 4. 14:30 술에 취한 채 화장실을 가다가 중심을 잃어 기둥에 머리를 부딪치고 시멘트 바닥에 넘어지면서 다시 머리를 바닥에 찧어 경막외 출혈상을 입고 (이름생략)병원으로 응급 후송되었다.

● 피해자는 피고인들을 포함한 의료진에 의하여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로 옮겨져 의식이 회복되고 있었으나 뇌수술에 따른 뇌부종으로 자가호흡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으므로 호흡보조장치를 부착한 채 계속 치료를 받고 있었다.

● 피해자의 처 원심공동피고인은 여러 차례 피고인 1 등에게 집으로 퇴원시키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위와 같은 피해자의 상태에 비추어 인공호흡장치가 없는 집으로 퇴원하게 되면 호흡을 제대로 하지 못하여 사망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으므로 피해자를 집으로 퇴원시키면 호흡정지로 사망하게 된다는 사실을 명백히 알게 되었음에도, 피해자가 차라리 사망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한 나머지 피해자를 퇴원시키는 방법으로 살해할 것을 결의하고, 1997. 12. 6. 14:20경과 18:00경 주치의인 피고인 2에게 도저히 더 이상의 치료비를 추가 부담할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퇴원을 요구하였다.

● 피고인들은 피해자를 집으로 퇴원시킬 경우 호흡이 어렵게 되어 사망하게 된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는바, 피고인 2는 원심공동피고인이 여러 차례의 설명과 만류에도 불구하고 치료비 등이 없다는 이유로 계속 퇴원을 고집하자 상사인 피고인 1에게 직접 퇴원 승낙을 받도록 하라고 하였고, 피고인 1은 1997. 12. 6. 10:00경 피고인 2로부터 위와 같은 원심공동피고인의 요구사항을 보고 받은 후, 자신을 찾아온 원심공동피고인에게 피해자가 퇴원하면 사망한다고 설명하면서 퇴원을 만류하였으나 원심공동피고인이 계속 퇴원을 요구하자 이를 받아들여 피고인 2에게 피해자의 퇴원을 지시하였다.

● 원심공동피고인이 퇴원수속을 마치자 피고인 2는 피고인 3에게 피해자를 집까지 호송하도록 지시하였고, 그에 따라 같은 날 14:20경 피고인 3과 원심공동피고인 등이 피해자를 중환자실에서 구급차로 옮겨 싣고 피해자의 집까지 데리고 간 다음, 피고인 3이 원심공동피고인의 동의를 받아 피해자에게 부착하여 수동 작동 중이던 인공호흡보조장치와 기관에 삽입된 관을 제거하여 감으로써 그 무렵 피해자로 하여금 호흡정지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당사자 관계]

● 피고인 1은 (이름생략)병원 신경외과 전담의사, 피고인 2는 같은 과 3년차 수련의, 피고인 3은 1년차 수련의(인턴)로 각 근무하던 자이다.

● 피해자는 1997. 12. 4. 14:30경 자신의 주거지에서 경막외 출혈상을 입고 (이름생략)병원으로 응급 후송되어 같은 날 18:05경부터 피고인 1의 집도와 피고인 2 등의 보조로 경막 외 혈종 제거 수술을 하였고, 다음날 02:30경 수술을 마친 후 중환자실로 옮겨졌으나 자발호흡이 불완전하여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상태로 계속 합병증 및 후유증에 대한 치료를 받게 되었다.

● 수술 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던 피해자는 1997. 12. 5. 04:00경 대광반사(대광반사, light reflex)가 돌아왔고, 그 후 눈 뜨는 반응에서는 '부르면 눈을 뜨고 있는 상태'(글라스고우 혼수척도 Glasgow coma scale E3)로, 운동 반응에 있어서는 '통증을 가하면 통증을 가하는 위치로 손, 발을 이동하거나 제지하는 등의 반응'(글라스고우 혼수척도 M5)으로 호전되어 갔고, 그에 따라 피고인 2는 뇌 부종에 따른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여 수술 후 매 15분마다 측정하던 의식 수준, 동공 크기, 대광반사 여부를 1시간마다 측정하도록 하였다.

● 또한, 호흡에 있어서는 피해자의 상태에 따라 인공호흡기의 호흡 방법, 호흡 회수, 산소 농도, 공기 공급량 등이 조절되었는데 퇴원 당시 인공호흡기에 의한 호흡 회수는 수술 후 16회에서 12회로, 산소농도는 100%에서 40%(일반적인 공기의 산소농도는 20%)로 호전된 상태였으나 1997. 12. 6. 01:40경 호흡음이 거칠고 양측 폐의 아래쪽에서 호흡음이 감소되었고, 같은 날 09:20경 폐 우상엽 쪽에서 거친 소리가 들리고 환기능력이 감소한 것으로 보이는 등 퇴원 당시 인공호흡기를 제거할 경우 자발호흡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기 힘들었고, 수술 후 수술 부위에서 피가 자꾸 배어 나와서 1997. 12. 5. 21:00경 수술 부위를 다시 봉합하였으나 그 후에도 수술 부위에서 피가 계속 배어 나와 수술상처 배액기구로 피를 배액(배액, drainage)하고 있는 상태였다.

● 한편, 피해자의 처 원심공동피고인은 수술 후 피고인 2로부터 피해자의 혈종이 완전히 제거되었고 호전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말을 들었으나 그 때까지 260만 원 상당의 치료비가 나온 것을 알고 향후 치료비도 부담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금은방을 운영하다가 실패한 후 17년 동안 무위도식하면서 술만 마시고 가족들에 대한 구타를 일삼아 온 피해자가 살아 남아 가족들에게 계속 짐이 되기보다는 차라리 사망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하여 경제적 부담을 빌미로 피해자의 퇴원의 허용을 계속 요구하였다.

● 이에 피고인 1, 피고인 2는 수 차례에 걸쳐 피해자의 상태에 비추어 지금 퇴원하면 죽게 된다는 이유로 퇴원을 극구 만류하고 치료비를 부담할 능력이 없으면 차라리 1주일 정도 기다렸다가 피해자의 상태가 안정된 후 도망가라고까지 이야기하였으나 원심공동피고인은 피해자의 퇴원을 고집하였고, 1997. 12. 6. 14:00경 피고인 1, 피고인 2로부터 퇴원시 사망가능성에 대한 설명을 듣고, 퇴원 후 피해자의 사망에 대해 법적인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귀가서약서에 서명하였다.

● 피고인 1, 피고인 2는 환자의 보호자가 그 퇴원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상태에서 퇴원 요구를 거부한 후 발생될 치료 결과에 대한 책임이나 향후치료비의 부담이라고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제기되자 보호자의 환자에 대한 퇴원 요구를 거부하면서 의사가 치료행위를 계속할 수 있는 근거 등에 대하여 더 이상 생각해 보지 않은 채 피해자의 퇴원을 위한 조치를 취하게 되었다.

● 피고인 2는 피고인 1의 지시에 따라 피고인 3에게 피해자의 퇴원을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하였고, 피고인 3은 1997. 12. 6. 14:00경 피해자에게 부착된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후 원심공동피고인과 함께 위 병원 구급차로 피해자를 후송하면서 인공호흡보조장치를 사용하여 수동으로 호흡을 보조하다가 피해자의 주거지에 도착한 후 원심공동피고인에게 인공호흡보조장치를 제거하게 될 경우 사망하게 된다는 사실을 고지한 후 인공호흡보조장치를 제거하였다.

● 피해자는 피고인 3이 떠난 후 5분도 안되어 목 부위에서 꺽꺽거리는 등의 소리를 내며 불완전하게 숨을 쉬다가 뇌간(뇌간) 압박에 의한 호흡곤란으로 사망하였다.


[판결내용 요약]

● 살인죄에 있어서의 고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족한 것이고 그 인식 또는 예견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더라도 소위 미필적 고의로서 살인의 범의가 인정된다.

● 보호자가 의학적 권고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요하는 환자의 퇴원을 간청하여 담당 전문의와 주치의가 치료중단 및 퇴원을 허용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행위에 대하여 보호자, 담당 전문의 및 주치의가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의 공동정범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담당 전문의와 주치의에게 환자의 사망이라는 결과 발생에 대한 정범의 고의는 인정되나 환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나 그에 이르는 사태의 핵심적 경과를 계획적으로 조종하거나 저지·촉진하는 등으로 지배하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워 공동정범의 객관적 요건인 이른바 기능적 행위지배가 흠결되어 있다는 이유로 작위에 의한 살인방조죄만 성립한다


[결론]

● 퇴원을 요구한 배우자 : 살인죄
● 전문의 : 살인방조죄
● 전공의 : 살인방조죄
● 수련의 : 무죄


위 판례에 기초하여 보면, 비록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가 적극적으로 퇴원의사를 밝혔다 하더라도, 단순히 의료기관의 책임이 없다는 문구를 기재한 ‘자발적 퇴원동의서’에 서명을 받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다음과 같은 수준의 의학적, 행정적 조치를 취해야 법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퇴원 후 발생할 수 있는 임상증상에 대한 안내

● 위 증상이 발생할 경우 응급조치에 대한 안내

● 외국인의 경우 응급조치가 어려울 수 있으므로, 응급상황시 구호를 요청하는 방법에 대한 안내(가령 119 외국어서비스 또는 해당 병원 응급실 전화번호 안내 등)

● 타병원으로 전원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타병원까지 구급차를 통한 이동서비스 제공


만일 회생의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아니하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에 임박한 상태의 환자에 대한 퇴원여부가 문제될 경우라면, 2017. 8. 4. 시행이 예정된 “호스피스ㆍ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약칭 : 환자연명의료결정법)”의 내용에 준하여 업무를 진행하면 될 것으로 보이므로 실무에 참고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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