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얼음의 세상, 철원의 겨울 풍경화

헬스미디어l승인2017.02.06l수정2017.02.06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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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의 참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제2땅굴

철원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안보 관광지다. 수도권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서도 가는 길은 그리 수월하지 않다. 철원은 혼자 훌쩍 다녀오기엔 왠지 아쉬움이 남는다. 가족끼리 동료끼리 연인끼리 다녀오기를 권하고 싶다. 자녀들에겐 더없이 좋은 안보교육장이 되고, 6.25 이후의 세대들이라면 남북분단의 현장을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산하가 꽁꽁 얼어붙은 2월, 안보관광지 철원으로 가본다.

☞철새들의 낙원
철원땅이 보여주는 겨울 풍경화는 울림이 깊다. 한탄강은 철원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다. 철원의 독특한 지형은 한탄강을 중심으로 뻗어 있다. 한탄강은 북한의 평강에서 시작해 철원을 거쳐 임진강과 합쳐지는데, 그 길이가 139km에 이른다. 화산 활동으로 생긴 별스런 모양의 바위가 강 둘레에 늘어서 있는 모습은 신비와 경이로움 그 자체이다. 한탄강은 원래 <한(큰) 여울>이라고 불렸는데 한자로 ‘여울 탄(灘)’ 자를 써서 현재의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사연을 간직한 한탄강도 해방 이후 남과 북 사이에 38선이 그어지고 한국전쟁의 격전지가 되면서 민족의 한이 서린 강이 되고 말았다.
한탄강은 드넓은 철원평야를 끼고 있다. 의정부-동두천-전곡-연천을 거쳐 철원땅으로 접어들자 너른 평야가 펼쳐진다. 산 많은 강원도에 이런 너른 평야가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이곳은 ‘오대미’로 잘 알려진, 철원쌀이 나오는 철원평야다. 아득하다. 철원평야에서 생산한 쌀은 밥맛이 좋기로 소문이 나서 높은 값에 팔리고 있다. 쌀은 이 고장의 가장 대표적인 특산물로 전 가구의 절반 이상이 재배하고 있다.

▲ 안보현장의 한 곳인 두루미전시관

요즘 철원평야는 벼 대신 철새들의 날갯짓이 요란하다. 두루미(천연기념물 202호),  재두루미(천연기념물 203호), 큰기러기, 독수리 등등 철새들이 찾아와 겨울을 나고 있는 것이다. 논바닥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낟알을 주워 먹느라 인기척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특히 토교저수지 일원에는 수 만 마리의 큰기러기 떼가 먹이를 찾아 내려앉는다. 비무장지대에서 잠을 자다 토교저수지 둑에 뿌려준 고기 냄새를 맡고 하나 둘 날아오는 독수리도 만날 수 있다. 토교저수지 아래 마을은 ‘철새 마을’로 불린다. 마을 사람들은 매년 겨울이면 철새들에게 줄 먹이를 구해 논에 갖다놓는다. ‘학(두루미)을 만나면 행운이 찾아온다’고 했던가.

☞겨울이 더 아름다운 절승지 

▲ 바위와 계곡이 어우러진 고석정

안보 여행의 첫 목적지는 철원 8경 중 으뜸인 고석정이다. 맑고 푸른 한탄강변에 우뚝 솟은 거대한 암벽과 바위 덩어리가 압권이다. 숨바꼭질하듯 휘돌아드는 한탄강의 급한 물길은 거친 소리를 내며 흘러간다. 고석정은 바로 그 물이 좁은 협곡으로 내몰리는 모퉁이에 Z자로 굽어 있다. 굽이치는 강물과 조각칼로 다듬은 듯한 기암괴석, 바위 꼭대기의 소나무가 한 폭의 동양화처럼 우뚝하다.
고석정으로 가는 길목엔 ‘승일교(承日橋)’라는 다리가 있다. 한탄강 중류 지점에 걸

▲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 승일교와 신철교

쳐 있는 이 다리는 6.25때 북쪽에서 착공한 것을 남쪽에서 완공했다고 하여 ‘이승만’과 ‘김일성’의 이름에서 한자씩 따와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6·25전쟁 때 한탄강을 건너 북진하던 중 전사한 박승일 대령을 추모하기 위해 지었다는 설도 있다. 동송읍 장흥4리와 갈말읍 문혜리를 잇는 다리로,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승일교를 건너 만나는 직탕폭포는 ‘한국의 나이아가라’로 불린다. 그만큼 웅장하고 우렁차다는 의미일 게다. 유유히 흐르던 한탄강물이 갑자기 꺾어져 수직으로 낙하하는 장관이 볼 만하다. 그 폭이 자그마치 80미터에 이르고 3m 높이의 암반 위에서 거센 물이 흘러내리는데, 옆에 서 있으면 귀가 다 멍멍할 지경이다.
직탕폭포 아래에는 태봉대교가 걸쳐져 있다. 궁예가 세운 태봉국에서 이름을 빌려왔다는 이 다리 아래에는 ‘송대소’라는 멋진 절경이 펼쳐져 있다. 개성 송도에 살던

▲ 깎아지른 절벽이 힘찬 송대소

삼형제가 이곳에 와 둘은 이무기에 물려 죽고 나머지 한 사람이 이무기를 잡았다는 전설이 깃든 깊은 소(沼)다. 강바닥을 받치고 선 수중절벽이 힘차고 병풍을 두른 듯 이어진 주상절리가 눈을 즐겁게 한다. 송대소와 직탕폭포를 잇는 둘레길도 걸어볼 만하다. 나무 데크가 깔린 이 길은 내내 한탄강이 동무가 돼 준다. 길옆으로는 세련미 풍기는 펜션도 많이 들어섰다. 하룻밤 묵으며 철원의 아름다운 풍경에 빠져보는 것도 좋을 듯.

용봉산 중턱에 똬리를 틀고 있는 삼부연폭포. 물줄기가 하얗게 얼어붙어 오싹한 느

▲ 삼부연폭포

낌마저 준다. 궁예가 철원을 도읍으로 정할 때, 가마 모양으로 뚫려 있는 이 폭포에서 용이 승천했다고 해서 삼부연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가뭄이 심하게 들어도 마르지 않을 만큼 수량이 풍부하여 옛날에는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냈다는 기록도 있다.

☞곳곳에 남아 있는 전쟁의 흔적 

▲ 노동당사

노동당사(등록문화재 22호)는 북한이 지은 구 소련식 공법으로 완공된 콘크리트 건축물로 그 당시 반공인사를 탄압하던 곳이다. 뼈대만 간신히 드러낸 채 검게 그을린 3층 건물 앞뒤로 포탄과 총탄 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한번 끌려 들어가면 시체가 되거나 반송장이 되어 나온다.’는 악명이 있을 정도로 무시무시함이 느껴지는 전쟁의 흔적이다.

노동당사 가까이에 있는 도피안사. ‘속세를 넘어 이상의 세계에 도달한다.’는 절집

▲ 도피안사 3층 석탑

이다. 신라 경덕왕 5년에 도선국사가 창건했다. 이곳에는 보물 제223호로 지정된 삼층석탑이 있는데, 팔각의 이중 기단을 갖춘 모양이 매우 특이하다. 서슬 퍼렇던 공산치하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고찰로 국보급 문화재도 남겼다. 9세기 후반의 대표적인 철불인 ‘철조비로사나불좌상’이 그것으로, 계란형의 갸름한 얼굴과 생동감 있는 표현이 특징이다. 경내에 서 있는 600년 된 느티나무도 이 절의 역사를 짐작케 해준다.

복계산 기슭에 있는 매월대도 둘러보자. 매월대는 생육신의 한 사람인 매월당 김시습 선생이 수양대군의 왕위찬탈에 비분한 나머지 관직을 버리고 이 일대 산촌으로 은거하며 보내던 곳으로, 깎아 세운 듯한 40m 높이의 층암절벽(일명:선암)을 말한다. 매월대 정상에서 동쪽으로 1km에는 매월대폭포가 있어 사계절 장관을 보여준다. 
☞셔틀버스로 둘러보는 안보 관광
철원 여행은 자유롭지 못하다. 민통선(민간인 통제선) 안은 아무 때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지만 민통선 밖은 허가를 받고 정해진 시간에만 둘러볼 수 있기 때문이다. 셔틀버스가 출발하는 곳은 두 군데. 62년 만에 열린 경원선 백마고지역과 고석정 관광단지에 있는 철의 삼각전적지이다. 평일(월-금요일)에 한해 자가용도 이용할 수 있다. 민통선 드라이브 여행은 철의 삼각전적지 관광사업소에서 출발해 제2땅굴-평화전망대-월정리역을 둘러보고 돌아서 나오는데 3시간 남짓 걸린다. 
 월정리역은 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 철책과 아주 근접해 있는 경원선의 마지막 역이다. 끊어진 철길과 녹슨 객차의 모습을 보면 6.25세대가 아니더라도 분단의 아픔을 실감하게 된다. 바로 옆에 들어선 두루미전시관에는 두루미의 이동경로, 생태 등을 자세하게 소개해놓았다. 다음은 철원평야가 시원스레 바라보이는 평화전망대.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휴전선 비무장 지대를 비롯해 평강고원과 선전마을, 김일성 고지, 피의 능선, 백마고지, 봉래호 같은 전쟁의 현장을 두루 바라볼 수 있다. 제2땅굴도 지척이다. 1시간에 무장병력 1만6000명이 내려올 수 있다는 땅굴답게 굴 안은 거대했다.

▶철원 안보관광(셔틀버스 고석정 출발): http://www.dmz4u.co.kr/033-450-5558

주말엔 개인차량 불가, 출발 시간: 9:30, 10:30, 13:00, 14:00

소요 시간: 2시간 30분-3시간

코스: 고석정 전적관 관리사무소-제2땅굴-월정역, 전망대-철새도래지-백마고지 전투전적비-노동당사.

견학신청 방법: 철의삼각전적지 관광사업소 1층에 접수(출발 15분 전까지)
신청 서류: 신분증, 시설사용료 영수증

 

여행 팁(지역번호 033)
☛가는 길=서울외곽순환도로 퇴계원 나들목-43번국도(일동 방면)-운천-신철원-문혜교차로에서 고석정 방면-좌회전, 463번 지방도로-고석정. 서울외곽순환도로 의정부 나들목-의정부 시내-43번 국도-연천읍-3번국도-대광리역·신탄리역-철원. 철원대마사거리-87번국도-노동당사-월하삼거리-464번 지방도(금강산로) 직진-양지리(토교저수지). 대중교통: 서울 센트럴시티터미널-신철원시외버스터미널-동송·지포리(농어촌) 버스-고석정 정류장 하차.
☛맛집=갈말읍 문혜리의 대득봉(452-2915)은 대득봉 자락에서 재배한 무농약 농산물로 만든 건강한 밥상(오대두릅밥)을 차려낸다. 산황기백숙과 철원한우능이버섯샤브샤브 맛도 괜찮다.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한다. 갈말읍 내대리의 내대막국수(452-3932)는 막국수와 편육이 맛있다. 신철원에도 60년 전통의 철원막국수(452-2589)를 비롯해 철원식당(452-3049 순댓국), 민통선한우촌(452-6649) 등 현지인들이 즐겨찾는 맛집이 더러 있다.
☛숙박=고석정 주변과 한탄강 직탕폭포(송대소) 주변의 펜션과 모텔(호텔)을 권한다. 한탄리버스파호텔(455-1234),그랜드파크(455-0383),썬레저텔(456-2120),송대소펜션(010-8794-8433), 은빛여울(455-3630)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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