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는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의료기관 내 폭력 근절을 위한 규탄대회'를 개최하고 정부에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촉구와 사법당국의 엄격한 구형과 판결을 촉구했다.

이번 집회는 지난 1일 전라북도 익산시 한 병원 응급실에서 40대 남성 A씨가 술에 취해 의사 이모씨를 폭행한 사건을 계기로 열렸으며, 의협뿐만 아니라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응급의학회 등 다른 보건의료단체들도 참석했다.

최대집 의협회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최근 응급실에서 벌어진 심각한 폭력사태를 접한 의료계 대표로서 참담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며 "환자 진료에 전념해야 하는 의료기관 내에서 끊임없이 자행되는 의료진에 대한 폭력이 더 이상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

또한 "보건의료인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행위가 얼마나 심각한 법 위반 행위인지에 대한 국민 인식이 부족하고,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비판받아 온 검찰과 법원의 기존 관행이 이러한 사태를 부추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조만간 경찰청장과의 면담을 통해 의료인 폭행의 심각성을 알리고 사건 발생 시 가해자와 신속히 격리하고 필요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의료인 폭행사건 대응 매뉴얼'의 마련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철호 대한치과의사협회장은 "현행 의료인 폭행을 막기 위해 만들어 놓은 의료법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형법 등이 원칙적으로 적용돼야 한다"며 "이번에는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단서조항을 재정비하는데 정부와 국회는 힘써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홍옥녀 대한간호주무사협회장은 "2017년 조사에 따르면, 간호조무사들도 약 26.1%에 해당하는 인원이 의료기관내에서 폭언, 물리적 폭행, 성폭력에 해당하는 폭력피해를 입었다"며 "의료기관내 폭력 근절 범의료계 규탄대회를 적극 지지하며 71만 간호조무사는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범 의료계 일동은 ▲경찰 당국에 미흡한 초동대처에 즉각 사과 ▲사법당국은 재발 방지를 위해 엄격한 양형 구형과 판결로 일벌백계 ▲정부는 보건의료인에 대한 폭력 근절을 위한 모든 지원 방안을 즉각 마련 ▲국회는 보건의료인에 대한 폭력을 가중 처벌하는 입법에 즉각 나설 것 등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