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차의료, 지속적인 환자 건강 관리로 의료비 상승 막는다

이덕철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 인터뷰 정가현 기자l승인2018.10.05l수정2018.10.05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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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안에서 발생하는 모든 건강 문제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의사를 바로 ‘일차의료 전문의’라고 한다. 고령화, 의료비 증가, 만성질환으로 인한 합병증 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일차의료 전문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일차의료 전문의에 대한 인식은 아직 부족한 편이다. <임상내과>가 이덕철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을 만나 일차의료의 올바른 역할과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Q. 일차의료의 역할은?

일차의료를 영어로 하면 ‘Primary Care’로, 가장 근본적인 의료를 뜻한다. 일차의료의 핵심적 기능은 한 사람의 문제를 최초로 다루는 ‘최초 접촉 의료’, 질환의 종류에 관계없이 한사람의 모든 문제를 다루는 ‘포괄적 의료’, 언제든지 지속적으로 환자를 진료하는 ‘책임감 있는 의료’라 할 수 있다. 또한 한 환자의 문제 목록을 작성하고 지속적으로 건강을 지키고 관리해주는 건강 지킴이 또는 길잡이 역할을 하는 ‘주치의’를 일차의료라고 할 수 있다. 즉 일차의료인은 주치의로서 환자의 건강을 지키고 증진시켜 궁극적인 행복을 주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그래서 일차의료는 질병 중심이 아닌 철저히 사람 중심이다. 다른 단과 전문의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질병에 대해 연구하지만 일차의료 전문의는 현재 책임지고 있는 환자가 중심이다. 그 환자가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지에 따라 새롭게 공부하기도 하면서 환자의 건강을 유지시켜줄 수 있는 의료를 제공해야 한다. 

과거에는 급성기적인 질환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만성질환을 복합적으로 갖고 있는 환자들이 많다. 만성질환은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치명적인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꾸준히 관리해줘야 한다. 이때 일차의료 의료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환자의 생활 습관을 관리해주고 상담해주는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환자의 문제를 모두 파악하면서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우선순위를 정한 뒤 관리해줄 수 있는 그런 의료가 필요한 것이다.

Q. 국내에서는 아직 일차의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앞서 말했듯 일차 의료는 주치의라고도 할 수 있는데 국내에는 주치의 개념이 원래 없었다. 그렇게 일차의료의 역할과 개념이 전혀 깔려있지 않은 채로 질병 중심적인 서양 의료가 도입되면서 한 사람의 모든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일차의료가 환자들뿐만 아니라 의사들에게도 낯설었다. 

또한 국내에서는 사회적으로 ‘명의’에 대한 기대치와 갈망이 높다. 환자들은 어떠한 질병에 대해서 가장 최고의 성과를 갖고 있는 의료인에게 진료를 받고 싶어 한다. 한 환자의 문제를 총괄적으로 다룬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던 것이다. 일차의료의 ‘일’이 숫자 ‘1’이라고 인식되면서 저급한 의료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 일차 의료의 인식 개선에 어려움이 있다.

Q. 일차의료의 인식 개선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대부분의 의료인은 일차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동의한다. 뇌졸중, 심근경색, 신부전 등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하기 전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것이 일차의료의 역할인데, 이 역할이 잘 수행되면 의료비 상승을 막고 의료의 질적 향상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큰 병원, 종합병원에서 진료받기를 원한다. 병원의 규모가 커야지만 양질의 신뢰할 수 있는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특정 질환은 종합병원, 대학병원에서 진료 받아야겠지만 만성질환 관리는 일차의료에 훨씬 적합하다. 만성질환은 어떠한 첨단 의료 장비나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환자의 성향과 특성에 따라 위험 요인 수치를 잘 관리해주고, 약을 제대로 복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스트레스를 관리해주는 등 지속적으로 환자와 소통해야만 만성질환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하지만 환자 수가 너무 많은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에서는 이렇게 디테일한 관리가 어렵다. 일차의료에서 환자의 만성질환을 관리하고 위험 요인을 제거하면서 질병 예방 및 건강 증진을 수행한 후 추가로 최신 의료 지식과 기술이 필요할 때 큰 병원을 찾는 것이 이상적인 수순이다.

Q. 대한가정의학회에서 생각하는 올바른 일차의료란 무엇인지 궁금하다.

일차의료인은 양질의 진료역량과 전문 직업성도 매우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일차의료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는 국내 일차의료 개선에 가장 필요한 점이기도 하다. 어떤 단과와 관계없이 한 사람 또는 그 가족의 모든 문제를 책임지는 주치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일차적인 문제를 적절히 해결하고 단과전문의 의뢰가 필요할 때는 적시에 가장 적합한 전문의에게 의뢰해 치료효과를 높이도록 해야 한다. 자문전문가, 의뢰전문가가 바로 일차의료 의사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일차의료인은 포괄적인 의료를 수행하기 위해 지속적인 학습이 필요하다. 그래서 최근 개원가에서는 자발적으로 활발하게 재교육을 실시하는 의사들이 많아지고 있다.

Q. 일차의료의 올바른 발전을 위해 정부의 역할도 매우 중요할 것 같다.

현재 수가제도는 알다시피 행위별 수가제도이다. 진료 행위 하나하나마다 의료비를 매기는 것이다. 진료를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서 비용이 책정되기 때문에 양적의료라고 칭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차의료는 진료 행위를 하나씩 책정하기 어렵다. 한 번 상담할 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지속적으로 환자를 관리하는 것이 일차의료이기 때문이다. 즉, 행위별 수가제도는 건강한 일차의료에 방해가 된다. 그래서 일차의료인들을 위해서는 행위별 수가제도가 아닌 총액제 수가제도가 수립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Q. 일차의료에서 고령화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 고령화 시대를 맞이하며 일차의료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특히 고령인구들이 만성질환을 여러 개 갖고 있기 때문에 일차의료 전문의가 노인 의학 전문의 역할을 해야 한다. 일차의료 전문의가 다약제 복용과 복합질환 관리를 총괄적으로 수행하면 노인의 건강수명을 늘릴 수 있다. 그래서 현재 대한가정의학회에서는 노인 의료를 담당할 수 있도록 ‘노인 코어 리뷰(core review)’라는 코스를 통해 노인 의료를 수련한 후 인증을 수여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이처럼 일차의료에서 노인의료 전문 인력을 꾸준히 양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10월 17일부터는 세계가정의학회(WONCA) 세계학술대회가 열린다.

세계가정의학회 세계학술대회는 서울에서는 처음 개최된다. 10월 17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되며 ‘미래의 일차의료는 가정의학 전문의에게(Primary Care in the Future: Professor Excellence)’가 슬로건이다. 세계적으로 일차의료 분야를 이끌고 있는 석학들의 기조 강연을 포함해 5일간 220여개의 워크샵과 세미나, 총 1,700편의 연제 발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현 세계가정의학회(WONCA) 회장인 Amanda Howe 박사를 비롯해 Stephen A. Wilson 미국 가정의학 교육자학회 회장, 신영수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역(WHO Western Pacific) 사무처장, Kate Anteyi 미국국제개발처(USAID) 박사, John Bread 세계보건기구 노인의학 전문 박사 등 저명한 석학들이 연사로 참여해 일차의료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

대한가정의학회는 1997년과 2012년 세계가정의학회 아시아태평양 학술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던 노하우를 기반으로 전세계 110개국 3,000여명의 일차의료 전문의를 서울에 초대했다. 학술대회에서 일차의료 강화를 통한 세계인의 건강증진이라는 기치 아래 ‘서울선언문’을 발할 예정이다. 서울선언문을 선포하며 각 나라의 상황에 따라 최적의 건강 상태를 확보하고 효율적이고 공평한 보건의료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일차의료 강화가 필수적임을 천명할 것이다.

또한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대회 최초로 ‘일차의료 연구 업적상(DRA. Distinguished Research Award)’를 마련했다. 세계 유수 저널에 발표된 탁월한 일차의료 연구와 연구자를 소개하고 가정의의 위상을 높인 공로를 인정해 이 상을 시상할 예정이다.

Q. 마지막으로 일차의료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일차의료는 환자의 이익을 위해 친구처럼 언제나 옆에서 도와줄 수 있는 의료라는 것을 많은 이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일차의료를 신뢰하고 사랑해준다면 일차의료인들은 더 용기를 내고 힘을 내서 환자들의 건강을 위해 일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올바른 일차의료의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일차의료 전문의들을 많이 믿고 성원해 달라.


정가현 기자  medical_hub@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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