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집단휴진 주도 노환규 前 의협집행부에 무죄 선고

의협 집단행동을 표현과 사상의 자유로운 개진이라는 기본권으로 인정

지난 2014년 원격의료 및 의료민영화 반대 집단휴진을 주도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노환규 전 의사협회장과 방상혁 현 의사협회 상근부회장(전 기획이사)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사진은 노환규전 의협회장 방상혁 전 의협상근부회장,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의협의 집단파업과 관련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선고공판이 진행됐다. 이날 재판부는 집단휴진과 관련해 경쟁 제한성과 사업활동 제한의 부당성 두가지 사실이 인정되지 않음을 무죄 선고 이유로 밝혔다.

재판부는 경쟁제한성에 대해 “당시 집단휴진이 원격진료 허용과 영리병원 행위에 반대하는 것으로 가격 수량 결정에 영향이 없었다보며, 국민건강보험특성상 의료서비스 가격 인하를 유발하는 경쟁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의료서비스 공급량이 줄었다고 한들 더 높은 진료비를 요구할 수 없었기에 의료서비스 품질이 나빠졌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한 “소비자들 중 일부가 의료서비스를 받을 때 불편을 겪었을 수도 있는데, 거래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중에 하나에 불과하기에 이것만 가지고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사업활동을 강제적으로 제한했다는 부당성에 대해서 재판부는 의협의 집단휴진이 표현과 사상의 자유로운 개진이라는 기본권 행사임을 강조하고 부당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기본권의 행사가 설사 경쟁제한의 우려가 있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절차가 정당하다면 법 질서 전체의 차원에서 이를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면서 “이럴 경우 부당성 요건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사건 휴업이 원격진료와 의료민영화라는 국가 정책결정에 반대해 피고인들 행위가 초래됐다는 점과, 원격진료와 민영화는 의료서비스 시장에서 누가 의료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에 관한 것으로 국민건강에 큰 영향을 끼치므로 전문가 의견과 토론이 필수적이기에, 의협의 집단휴진행위가 정치적의사임을 재판부는 설명했다.

아울러 대한의사협회가 휴진에 참여하라고 다른방법으로 강요하거나 불이익을 가하지 않았으며, 의협이 휴업을 이끌기는 했으나 실행은 의사들 개개인 자율에 맡겼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이번 무죄 판결과 관련해 당사자인 노환규 전 의협회장은 “이번 판결은 의료정책을 강제할 때 저항수단을 최소한이나마 인정했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단체행동하는 일이 없도록 정책입안에 신경써 달라”고 밝혔다.

이날 판결에 방청인으로 참석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도 “이번 판결은 형법 근거를 제시해 의사 집단행동을 정당화했다는 데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면서 “앞으로 코로나 사태 종식 이후 중요한 의료계 문제 해결에 있어서 집단행동을 사용할 수 있게 돼 뜻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