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빈낙도(安貧樂道)의 고장 전남 담양

헬스미디어l승인2020.08.10l수정2020.08.10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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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세를 버리고 자연에 안기다, 안빈낙도(安貧樂道)의 고장 전남 담양  

전남 담양은 전남 북부에 위치하며, 북쪽으로 전북 순창군과 접하고 남쪽으로는 광주광역시와 접한다. 담양은 호남고속도로와 광주대구고속도로, 고창담양고속도로가 연결되어 자동차로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다. 

담양 하면 떠오르는 죽세공품은 예로부터 이 지역 특산품으로 유명한데, 그 이유는 담양에 가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대나무를 가로수로 즐길 수 있을 만큼 흔하게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담양이다. 대나무는 곧게 자라고, 추운 겨울에도 푸른 빛을 잃지 않아 속되지 않은 선비의 지조와 절개를 상징한다. 이렇듯 군자의 덕을 지녔다는 대나무가 많은 고장이어서일까. 어떤 것에도 구속됨이 없이 평안하게 자연의 풍류를 즐겼던 옛 선비들의 발자취를 담양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러면, 우리 선조들의 담백한 멋과 정취를 한껏 누릴 수 있는 소쇄원으로 먼저 가보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 소쇄원

명승 제40호로 지정된 소쇄원은 담양군 남쪽 광주호와 가까운 가사문학면에 자리한다. 이 정원은 조선 중종 때 조광조의 제자였던 문인 양산보(1503~1557)가 수년에 걸쳐 지은 별서(別墅)다. 별서란 선비들이 속세를 떠나 자연에 은거하며 살기 위해 지은 별장이라 할 수 있다. 양산보는 스승 조광조가 기묘사화에 휘말려 사약을 받고 죽음에 이르는 것을 목격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낙향하여 평생 벼슬길에 나아가지 않고, 소쇄원에서 자연의 풍취와 학문을 벗 삼아 소박한 삶을 즐겼다. 

“소쇄(瀟灑)”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은 맑고 깨끗하다는 뜻으로, 중국 남북조 시대 문인이었던 공치규의 <북산이문(北山移文)>에서 유래된 것이다. 그 역시 세속을 멀리하고, 술과 시문을 즐기며 살았던 문사였다. 그는 이 글을 통해 출세욕이 있는 주옹이 자신이 머무는 북산으로 돌아오는 것을 거절하였는데, 주옹의 삿된 욕심이 북산의 청정함을 더럽힌다는 것이었다. 소쇄원, 그 이름 자체에서 우러나는 양산보의 깊은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아담한 크기의 주차장 건너편에 소쇄원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 들어서는 입구부터 하늘 높이 뻗어 있는 초록빛 왕대나무 숲을 만나게 된다. 뜨거운 여름 볕에 숨이 막혀올 즈음 대나무 숲속 그늘과 그 사이로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반갑기만 하다. 길 옆으로 흐르는 작은 시냇물에는 오리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쉬고 있고, 그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대나무숲 사이 언덕길에 올라서면 아담하게 펼쳐지는 소쇄원의 전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제일 먼저 우리를 반겨주는 것은 오솔길 옆 한 칸짜리 초가지붕을 얹은 정자다. 대봉대라는 이름의 이 정자는 봉황, 즉 귀한 손님을 기다린다는 곳이다. 대봉대에서 조금 더 발걸음을 옮기면 부모의 사랑을 담은 애양단과 뒷산 계곡물이 흘러들어오는 오곡문이 있다. 오곡문 앞으로 놓여진 돌다리를 건너면 두 채의 한옥이 보인다. 아래로는 사랑채 광풍각과 위로는 주인장의 거처였던 제월당이다. 

광풍각 마루에 앉아 있노라면, 오곡문에서 들어오는 계곡물이 너럭바위를 타고 시원한 물소리를 내며 폭포수처럼 떨어진다. 새소리와 바람소리, 숲내음이 한꺼번에 가슴 가득 안겨온다. 송강 정철, 서하당 김성원, 고봉 기대승, 제봉 고경명, 면앙정 송순, 하서 김인후 등 당대 이름 있는 선비들이 이곳을 즐겨 찾아 주인과 시문을 나누었다고 하니 가히 그 이유를 알만하다. 애써 바꾸거나 꾸미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멋스럽게 즐길 줄 아는 이곳이야말로 진정한 한국적 정서를 담은 최고의 원림(園林)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성산별곡이 탄생한 식영정  

식영정은 소쇄원에서 약 1 km 떨어진 거리에 있다. 사실 이 주변 지역은 수려한 자연과 빼어난 경관을 가지고 있어 소쇄원과 식영정뿐 아니라 독수정, 면앙정, 송강정, 취가정, 환벽당 등 많은 정자들이 위치한다. 식영정은 도로변에 위치해서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곳이다. 식영정 바로 옆에는 가사문학관이 자리하는데, 그 앞 넓은 주차장이 있어 편리하다. 

그림자가 쉬고 간다는 식영정(息影亭)은 송강 정철(1536~1593)의 성산별곡(星山別曲)이 쓰여진 곳이다. 송강 정철은 가사문학의 대가로 알려져 있는데, 성산별곡을 포함한 관동별곡, 사미인곡, 속미인곡은 그의 4대 가사로 우리에게 익숙한 작품들이다. 가사문학은 기존 한시나 시조에 우리 민족이 가지고 있었던 향가와 고려가요 등이 혼합되어 새로운 시가 형식으로 만들어진 매우 독특한 형태의 장르이다. 한문뿐만 아니라 한글을 사용하여 우리 민족 고유의 서정성을 구체적으로 표현한다. 

성산별곡의 성산은 바로 식영정이 있는 지역의 옛 이름이다. 식영정은 사실 정철의 소유가 아니라, 처외재당숙이었던 김성원이 스승이자 장인이었던 임억령을 위해 지은 정자라 한다. 정철은 김성원, 임억령, 고경명과 함께 이곳에서 성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많은 한시와 단가를 지었다.    

눈에 띄는 표지판이 없는 식영정 주변은 대나무, 소나무, 배롱나무 등 푸르른 나무들 속에 숨어 있다. 초록색 풀들이 자라난 흙마당 위를 조심스레 밟으며 안으로 들어가면, 부용당과 서하당 누각을 볼 수 있다. 부용당 앞에는 작은 연못이 있는데, 창덕궁 부용지를 조그맣게 옮겨다 놓은 듯하다. 식영정은 부용당 옆 언덕 위로 쌓인 돌계단을 올라가면 만날 수 있다. 계단 위를 다 오른 순간 아름드리 소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는 모습에 입이 벌어져 다물어지지 않는다. 식영정에서 멀리 보이는 무등산과 하늘을 담은 광주호, 그리고 작은 소나무 동산과 들판을 담은 수려한 경치에 삭막했던 마음이 한껏 넉넉해진다.  
  
▶도심 속 숲을 거닐다, 죽녹원·관방제림·메타세쿼이아길

담양 시내로 나오면 옛 선비들이 즐겼던 풍취와는 또 다른 숲길을 체험할 수 있다. 우선 죽녹원은 끝없이 이어지는 울창한 대나무 숲길이 장관이다. 대나무숲은 높은 산소발생량으로 밖의 온도보다 4~7도 정도 낮아 한여름 더위를 식히는데 그만이다. 또한, 숲에서 나오는 음이온은 공기정화력과 살균력이 탁월해 건강에 유익하다. 

운수대통길, 사랑이 변치 않는 길 등 8개의 관람코스가 있으며, 곳곳에 쉴 수 있는 정자,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 귀여운 팬더 인형들이 장식된 작은 폭포도 있어 둘러보는데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죽녹원에서는 한옥체험도 가능해 하룻밤 묵어가며 아침 일찍 죽림욕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죽녹원은 담양 국수거리에서 매우 가깝다. 영산강이 내려다 보이는 국수거리에서 관방제림의 수 백년 된 나무들을 보며 시원한 국수 한 그릇 먹어보는 것도 별미다.   

관방제림은 춘향이의 아버지로 알려진 담양부사 성이성이 담양천의 범람을 막기 위해 1648년 제방 건축과 식재 조성을 한데서 시작되었다. 지금은 200~400여 년 이상의 푸조나무, 팽나무, 느티나무, 벚나무 등 보호수로 지정된 180그루에 가까운 나무들이 약 2 km에 걸쳐 심어져 있다. 잔잔한 강과 푸근한 나무들, 그리고 먹거리가 한데 어우러진 관방제림은 사시사철 연인들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관방제림의 평온하고 아름다운 풍치림을 감상하고 나서 메타세쿼이아길을 걸어본다면 이국적인 풍경에 흠뻑 빠져볼 수 있다. 메타세쿼이아 나무는 1941년 중국 후베이성에서 발견되기 전까지 화석식물로 알려져 있었다. 

담양의 메타세쿼이아길은 옛 24번 국도에 70년대 가로수 조성사업에 의해 심어진 것이었다. 도로 확장으로 100그루가 넘는 나무들이 베어질 위기를 담양군청과 군민들이 힘을 모아 막아냈고, 지금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로수길로 선정될 만큼 담양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500여 미터에 이르는 이 산책길에는 예쁘게 꾸며진 포토존들이 많아 기억에 남는 사진을 찍어둘 수 있다. 20미터가 훌쩍 넘게 큰 키에 우람한 줄기와 활짝 벌린 나뭇가지, 풍성한 초록 잎들이 하늘을 가리고 청량한 그늘을 선사한다. 

여행 TIP
메타세쿼이아길 위쪽에는 메타프로방스라는 관광단지가 있는데, 여기에 식빵만 파는 식빵공방이 있다. 빵 나올 시간이 다가오면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단밤 가득한 밤식빵이 정말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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