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동맥 고혈압, 초기부터 병용요법으로 치료해야"

충남대학교병원 박재형 교수, 현행 병용요법 급여 기준 완화 요구

국내 폐동맥 고혈압 환자의 5년 생존률은 웬만한 암환자보다도 낮은 상황이라고 발표됐다.

충남대학교병원 심장내과 박재형 교수는 15일 개최된 '국내 폐동맥 고혈압 환자의 생존율 개선 대책 수립을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이같이 지적하며, 현행 병용요법에 대한 급여 기준의 완화를 촉구했다.

이날 박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폐동맥 고혈압 환자의 3년 생존율은 54.3% 정도로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며 일본의 82.9%, 미국의 73%와 비교해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

이같은 배경에는 질병의 초기부터 치료 약물의 2제, 3제 병용요법을 권장하는 글로벌 치료 지침과 달리 국내에서는 질병이 어느 정도 진행한 고위험군에서 병용요법 급여를 인정하며 소극적인 치료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박재형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폐동맥 고혈압 환자의 5년 생존율은 폐암을 제외한 유방암, 갑상선암, 대장암, 위암 등 웬만한 암보다도 치료 성적이 나빠 관심이 필요한 질환"이라며 "다만 치료제가 없던 시절 폐동맥 고혈압 환자의 평균 생존율이 진단 후 2.8년이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 다양한 약제들이 개발되며 평균 생존률이 3배 이상 증가해, 적절한 병용요법으로 치료하면 7.6년까지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교적 폐동맥 고혈압 치료가 잘 이뤄지고 있는) 영국과 일본 등의 경우 일단 자국의 폐동맥 고혈압 치료 지침이 확립돼 있고, 그에 따라 약제의 병용요법에도 급여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라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부가 어떤 증상이나 징후, 검사 수치에 따라 특정 기준을 만족해야만 병용요법에 급여를 적용해 줘 환자들이 병용요법을 받기까지 시간이 지체되는 단점이 있으며, 또한 병용요법에 쓰이는 약제도 한정돼 치료제 선택에도 제한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폐동맥 고혈압은 비교적 초기에 치료하게 되면 같은 치료제를 사용해도 효과가 더 좋고, 중기나 말기로 넘어가는 환자의 비율을 줄여 예후를 좋게 만들 수 있으며, 통상 중기나 말기에 사용하는 치료제는 훨씬 비싸기 때문에 고가의 약제 사용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때문에 대한심장학회는 정부에 환자들이 좀 더 조기에 치료 받을 수 있도록 현행 급여기준을 완화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대한심장학회와 한국폐동맥고혈압환우회 등은 최근 급여 기준 개정 신청 및 국민 신문고 민원을 제기하는 등의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그 결과, 올해 7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전문가 자문위원회를 열고 급여 기준 개정의 타당성을 논의했으며 해당 검토 결과를 보건복지부에 보고했지만 이후 절차는 진전이 없는 상태다.

대한심장학회는 또 글로벌 지침과 비교해 국내 급여기준이 뒤쳐져 있는 이유를 국내 폐동맥 고혈압 치료 지침의 부재로 인한 문제로 인식하고, 지난 2020년 말 '한국형 폐고혈압 진료지침'을 만들어 급여기준 개정에 대한 근거를 마련했다.

한편, 이날 패널로 참석한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양윤석 과장은 "학회 차원에서 진료지침까지 만든 것은 환자의 치료 관점에서 고무적인 일이고, 국내 진료지침이 만들어진 만큼 보험급여 역시 최대한 그에 맞춰가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또 외국의 진료지침과 국내 급여기준이 잘 맞지 않으며, (폐동맥 고혈압 치료에) 사전 예방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부분에 대해서도 유념히 살펴보고 들여다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심평원으로부터 해당 안건의 검토 내용을 보고 받아 살펴보고 있는 중"이라며 "이 질환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분들이 어떻게 하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 환자 관점에서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