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우려는 국내업체들이 연간 의약품 사용 규모가 큰 삼성서울의 코드 입성을 위해 병원이 제시한 조건을 받아 들이고 있지만 이번 인하율을 기준으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병원들이 같은 기준을 요구한다면 거절할 명분이 뾰족히 없기 때문이다.
최근 제약 업계에 따르면, 삼성서울병원의 의약품 남품 할인 요구에 국내 제약사들은 지난해 대비 20%, 다국적제약사들은 5% 수준까지 인하할 뜻을 내비쳤다는 것이다.
이같은 할인요구를 받아들인 제약사들은 모두 연간 의약품 사용 규모가 2000억원 이상인 서울삼성병원에 자사약 코드를 넣는 것이 약값 인하로 손해분을 상회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삼성서울에 적용될 인하율이 타 병원에도 고스란히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도매업계 한 관계자는 "(모두가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서울에 적용될 인하율이 기준이 될 것은 자명하다"며 "만약 국내제약사들이 20% 인하된 가격에 의약품을 공급한다면, (같은 급인) 서울아산은 물론 다른 병원에도 20% 인하 가격에 공급해야 병원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전망에 대해 제약업계도 같은 전망을 내놓고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국내 상위 제약사 관계자는 "거대 병원인 삼성서울을 잡기 위해서라면 큰 인하율을 감내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병원에도 이 기준이 적용되면 무리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 병원들이 같은 인하율을 제시하면 마땅히 거절할 명분도 없는 것이 우리 입장"이라고 속내를드러냈다.
다른 상위 제약사 관계자도 "칼자루는 병원이 쥐고 있기 때문에 삼성서울과 같은 인하율을 제시하면 별 도리가 없다"며 제약업계들의 대응에 신중을 기해야 할것이라고 밝히고 "첫 선례가 중요하다. 너무 높은 인하율은 제 살 깎기 경쟁"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제약업체 관계자는 "제약사 입장에서는 할인율을 적용해서라도 대형병원에 납품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하지만 이 같은 출혈경쟁이 결국 업계 전체의 파이를 줄어들게 할 것은 분명하다" 지적했다.
그는 "결국 제약사들이 제살 깍아먹기 경쟁에 들어갔다. 앞으로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도에 의한 약가인하는 피할 길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하고 이같은 제도가 국내제약산업 발전에는 장기적으로 커다란 독이 될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서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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