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 선거 무산...대의원 선출부터 다시 시작

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박노준)는 회장 선거를 진행하기로 한 날인 19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선거 무산 이유에 대해 설명하며 이번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서울지회 측의 사과를 요구했다.

산부인과의사회측에 따르면 앞서 서울시 지회가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대의원을 변경, 배제된 대의원들이 민원을 제기함에 따라 후보자간 원만한 합의를 촉구했다.

그러나 합의가 불발되자 의사회는 원칙을 강조하며 서울시 지회 대의원 자격에 문제를 지적했고, 이에 서울시 지회는 법원에 판단을 맡겼다.

결국 법원은 산부인과의사회 정관 상 대의원을 지회총회에서 선출하고 있음에도 적법하게 선출됐다고 소명할 자료가 없다는 점을 들어 임시총회 개최금지를 명했다.

법원이 임총 개최 금지 결정을 내린 이유는 서울지회의 대의원 선출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채무자 의사회(산부인과의사회)의 정관 제20조 제1항을 대의원을 지원총회에서 선출하도록 정하고 있다”며 “하지만 채권자 서울지회가 지난 9월 22일 제출한 대의원 명단에 기재된 대의원 및 교체대의원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지회총회를 거쳤다는 점을 소명할 자료가 없으므로 대의원이 적법하게 선출된 것임을 전제로 하는 채권자들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산부인과의사회 전체 대의원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이어 “채권자들(서울지회)은 종전 대의원 명단에 기재된 대의원 및 교체대의원도 지회총회를 거쳐 선출된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다른 지회의 대의원들 또한 지회총회를 거쳐 선출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고 채무자들(산부인과의사회)도 (기존) 대의원들이 지회총회를 거쳐 선출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 않다”며 “사정이 그러하다면 의사회 선관위에서 확정한 대의원 명단에 기재된 대의원들의 대다수는 지회총회에서 선출된 대의원이 아니어서 적법하게 선출되지 않은 것으로 볼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9일 임총이 개최되더라도 그 총회는 적법하게 선출된 대의원이 아닌 자들이 모여서 하는 총회에 불과해 그 총회에서 어떤 결의를 하더라도 그 결의를 무효일 개연성이 많다”고 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법원 결정에 대해 “지회에서 총회를 거치지 않고 선출된 대의원은 모두 인정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결국 지금까지 17년간 산부인과의사회 대의원회와 대의원회 결정 사항은 모두 무효라고 밖에 볼 수 없게 됐다”며 “현실적으로 서울지회, 경기지회와 같은 거대 지회나 강원지회처럼 회원들 간 물리적 거리가 먼 지회는 총회를 할 수 없었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우리 의사회뿐만 아니라 비슷하게 운영하고 있는 타과 의사회를 포함해 넓게는 대한의사협회까지도 마찬가지”라며 “소를 제기하지 않았어야 했다. 이로 인해 산부인과의사회를 비롯한 전 의료계에 큰 피해가 될 것이다. 적어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소를 제기한 당사자들의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조만간 내부 논의를 거쳐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산부인과의사회 박노준 회장은 “승자는 없이 패자만 있는 재판이 됐다. 근본을 부정하게 되는 것으로 법으로 가서는 안되는 일이었다”며 “새판을 짜야 하는 형편에 놓였다. 각 지회마다 총회를 열어서 대의원을 새로 선출해야 한다. 원칙을 지킬 것이며 정관 개정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산부인과의사회 장경석 선거관리위원장은 “재판으로 가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서울지회장과 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 박 회장과 의장들과 합의해서 원만한 결정이 나오도록 노력했다”며 “우리가 문제를 제기했던 것처럼 서울지회가 제출한 대의원 명단에 문제가 있다는 판결이 나오지 않았나. 결국 재판으로 판도라 상자를 연 꼴이 됐다”고 말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대의원 선출 등에 대한 논의를 거친 뒤 빠른 시일 안에 회장 선거 일정을 다시 잡을 계획이지만 일부가 아닌 모든 지회에서 대의원을 다시 선출해야 할 수도 있어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관상 박 회장이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 산부인과의사회를 이끌게 된다.

김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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