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성상철, 이하 건보공단)이 담배 회사에 제기한 '담배 소송'이 3차에 걸쳐 진행됐으나 여전히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작년 2월 14일, 건보공단은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을 언급하며 흡연 때문에 추가로 발생한 3484명의 보험료 530여억을 배상하라고 담배회사 KT&G와 필립모리스코리아, BAT코리아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했다.

재판은 총 3차에 걸쳐 진행됐으며 1차 '14년 9월 12일, 2차 '14년 11월 7일에 이어 세 번째 변론이 1월 16일 14시 서울중앙지방법원 동관 466호 법정에서 진행됐다.

이전에 개인이 담배 회사에 청구한 4건의 소송은 모두 담배회사가 승소했지만 건보공단의 방대한 자본과 자료, 전문성으로 인해 이번에는 담배회사가 패소할거란 예측이 많았다.

제 3차 변론은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에 대한 본격적인 공방이었다.

건보공단측 변호사는 먼저 "담배회사들은 그동안 흡연과 폐암등 질병의 관계를 부정하다 의학계에서 구체적 연구결과가 드러나자 최근 폐암 등 질병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했다"며, "정부도 흡연의 해로움을 인정하고 흡연 금지구역을 만들거나 금연 캠페인을 재개하는 등 국민 건강을 위한 금연 정책만들고 있으나, 법원에서는 흡연과 환자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부정해왔다"고 말했다.

이어서 "담배가 아니라도 암은 일반적으로 많이 생긴다. 하지만 암이 발병되기 위해서는 세포내 유전물질인 DNA를 지속적, 비가역적으로 변화시키는 복합적인 요인이 필요한데, 이것을 촉진시키는 물질이 바로 담배에 들어있다는 연구 결과는 과학적으로 확정된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담배 연기는 호흡기를 통해 흡수되므로 가장 피해를 입는 인체 조직기관은 바로 폐”라며 미국 캐나다 일본 연구자들의 연구 결과를 수집해 통계로 만들어 담배에 노출된 실험군이 담배에 노출되지 않은 실험군보다 폐암 발병이 확률적으로 높았다는 사실을 증거로 제출하기도 했다.

건보공단측 변호사의 변론 이후 담배 회사 변호인들의 반박이 시작됐다.

담배회사 변호인은 “건보공단에 의하면 모든 흡연자들이 폐암에 걸릴 가능성을 시사 하는데 이것은 극단적인 주장이며, 개개인마다 다른 병력이나 환경, 유전등을 엄격히 따져야하는데 흡연을 제외한 다른 원인을 배제했다”며 건보공단측 변호사의 주장에 오류가 있음을 지적했다.

또한, “암종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 비특이성 질병이기에 흡연에 원인을 둘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했다 패소했던 판결 결과를 예로 제시하며 암의 원인이 담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복합적인 원인이 암 발병 요소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주장했다.

또 다른 담배회사의 변호인은 “홈페이지에 담배의 유해성에 대해 설명을 해 놓았고, 담배 포장지에도 경고 문구를 붙이는 등 흡연의 위험성에 대해 알리기 위해 노력을 꾸준히 해왔으며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실임에도 불구, 흡연을 시작하는 것은 물론 흡연을 지속할 것인지는 개인의 선택에 따른 것”이라며 폐암의 발병 원인은 개인에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폐암 환자들이 어떤 담배를 피웠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단지 국내 담배 점유율이 10% 이상이라는 이유로 소송을 당한 것은 부당하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양측의 열띤 공방이 끝나자 판사는 “판결하기에 앞서 정확한 심리를 위해 가능한 범위에서 보험료를 수신한 폐암 환자들에 대한 자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며 건보공단측에 3484명의 개인 병력이 담긴 자료를 전해줄 것을 요청했다.

한편, 다음 재판은 5월 15일로 예정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