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업계의 자정능력과 의료인단체의 ‘자율징계권한’

[법무법인 다우 정현석 변호사] 헬스미디어l승인2015.05.06l수정2015.05.0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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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리수술, 리베이트, 사무장병원, 보험사기, 환자유인, 허위·과대 의료광고 등의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어 여론의 뭇매를 맞음에 따라, 정부는 지속적으로 의료인의 활동범위를 제한하는 법률과 정책 입안을 지속하고 있다. 비록 이러한 사회적 이슈를 성급하게 일반화함으로써 선량한 의료인들에 대한 평가마저 왜곡되어서는 안된다할 것이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보건의료업계의 문제들을 마냥 내버려둘 수도 없을 것이므로 정부의 활동을 마냥 비난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관련 법률이 제정되면 해당 법률은 대한민국 모든 의료인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므로, 이러한 규제는 선량한 의료인에게 까지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문제가 있다. 특히 2012년 전국을 뜨겁게 했던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 소위 ‘유디치과법’)은 의료기관 개설자가 타 의료기관에 재정적인 투자를 하는 행위조차 원천적으로 차단함으로써,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태우게 되었다”는 업계의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 그 단적인 예라 할 수 있겠다.

 만일 사회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입법을 하였으나 해당 법률에 산업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있다면, 이를 적절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일단 법률이 제정되면 해당 법률을 개정하거나 폐지하는 것은 절차적으로 복잡할 뿐 아니라, 제정할 때보다 더 많은 설득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다. 다만, 이러한 단점은 ‘법률’을 통한 규제의 단점이라 할 것이며, ‘자율징계’를 통하여 규제한다면 위 단점의 상당부분을 해소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단체에게 자율징계권한을 부여하고 있지 않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이하로는 해외의료인단체 및 국내 타 직역의 중앙단체가 보유하는 자율징계권한의 현황을 살펴보고, 우리 의료법이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생각해보도록 한다.

해외의료인단체의 자율징계권한

우리 의료법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는 소속의사에 대한 징계권한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그저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의료인의 품위를 손상시킨 행위를 한 의료인에 대한 자격정지처분을 부과할 것을 촉구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아래와 같이 해외의료인단체 및 타 직역의 중앙단체는 자율징계권한을 행사함으로써 소속 회원의 위법행위 등을 통제하고 있으므로 참고할 만하다.

(영국) 영국의사는 의사심의회(GMC : general medical council)에 등록하지 않으면 의료업을 수행할 수 없으며, 의사심의회는 소속 의사가 사회적 윤리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등록을 취소하거나 정지하는 등 자율징계권을 행사하고 있다. 아울러 징계심의에 일반인 및 법률가가 참여함으로써 탄력적으로 징계처분을 부과하고 있는 특징이 있다.

(프랑스) 프랑스 의사는 프랑스 의사회에 가입하지 않으면 의료업을 수행할 수 없고, 2002년 제정된 환자권리법에 따르면 환자는 의사에 대한 징계소추를 신청할 수 있다.

(국내 타 직역 중앙단체) 대한민국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하지 아니하면 변호사업을 수행할 수 없고, 대한변호사협회는 영구제명·제명·정직·과태료 처분 등을 통하여 자율적으로 소속 변호사에게 징계를 가하고 있음. 아울러 국민은 대한변호사협회에 민원을 제기함으로써 변호사에 대한 징계를 요구할 수 있음.

현행법의 문제점

위 해외의료인단체 및 국내 타 직역의 자율징계권한에 비추어 보면, 현행 의료법은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탄력성 저하) 현행 의료법은 의사에 대한 행정처분사유를 제한적으로 열거하고 있으므로, 다양한 형태의 비위행위에 대하여 탄력적으로 대응하기가 어려운 문제가 있다. 따라서 의료업계의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어 이를 해소하기 위한 입법을 하더라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어 부도덕한 의료인을 규제하는 효과보다 선량한 의료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국민의 신뢰도 하락) 의료인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국민이 대한의사협회에 해당 의사에 대한 징계를 청구할 수 없으므로, 의료인의 불법행위로 피해를 입은 국민이 의료인과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존재하지 않은 문제가 있다. 이에 따라 피해를 받은 국민은 보건소에 민원을 제기하거나 수사기관에 고소를 함으로써, 분쟁을 원만하게 해결하기 어렵다. 나아가 이러한 이유로 환자-의료인간 신뢰가 점차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어

해외(영국, 프랑스 등) 사례와 같이 의료인단체에게 자율징계권한을 부여하게 될 경우 의료인단체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징계사유와 절차를 명확하게 규정함으로써 징계절차를 공정하게 수행한다면, 정부가 ‘행정처분(자격정지, 면허취소 등)’이라는 칼을 휘두르게 하는 것보다, 의료인단체가 스스로 ‘징계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의료업계 현장을 충실히 반영할 수 있는 길이라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의료인단체는 국민들에게 불법행위를 저지른 의료인에게 스스로 징계를 내리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의료인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장점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보면, 대한의사협회가 자율징계권한을 확보하여 국민들에게 보건의료업계의 자정능력을 보여줄 경우, 의사-환자 간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규제 일변도의 정부정책을 완화하는 긍정적 효과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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