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사회가 지난 22일 ‘성분명 처방을 주장하는 약사회는 약사의 본분을 지켜라’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성분명 처방 의무화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성명서에 따르면 서울시의사회는 성분명 처방 의무화의 문제점으로 ▲약품 신뢰성 문제 ▲약품 오남용 조장 ▲‘2016년도 건강보험제도 국민인식조사’의 신뢰성 부족 ▲약사의 건강보험 재정 절감 노력 부족 ▲의약분업의 원칙 고수 등을 꼽았다.

서울시의사회는 “성분명 처방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약품 신뢰성”이라며 “동일한 성분의 모든 약에 대한 생동성 시험이 이뤄지지 않았고, 약품에 대한 환자의 반응과 부작용이 크게 차이가 나는 일선의 의료 현실을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른 어떤 나라와 비교해도 의사, 약품 구입 접근성이 우리나라보다 좋은 곳은 없다”며 “의사가 진료 후에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약을 처방하는데, 이를 약사가 동일 성분이라고 마음대로 바꿔버리면 이는 의약분업 기본 취지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건강보험제도 국민인식조사의 신빙성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서울시의사회는 “국민인식조사가 적정한 인원과 대상을 선정해 이뤄진 것인지 의문”이라며 “환자에게 의사가 처방하는 약과 약사가 바꾸는 약 중에서 어느 약을 신뢰할지 다시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의사회는 또 “건강보험 재정 절감은 다른 곳에서 해결할 수 있다”면서 “아르바이트생이 약 조제하고 조제비 받고, 단순 포장된 약품을 한 두 달분 꺼내 주면서 복약지도를 한다고 한다. 임의로 처방 약품을 바꾸고, 일반약을 끼워 파는 약사들의 행위는 과연 국민들의 의료비 절감을 위한 노력인가? 성분명 처방을 주장하기 전에 약사들이 먼저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사의 약품 선택권을 무시하는 것은 의약분업의 원칙을 파기하자는 것으로 들린다”면서 “약사가 약품 선택권을 가져가겠다면 의사도 약품 조제권을 가져오는 것이 당연하다. 차라리 예전과 같이 처방-조제를 일원화 하거나 선택분업으로 가는 것이 국민 부담을 줄이고 환자를 보호하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성분명 처방에 대한 정부와 약사회의 논의에 대해 약사의 밥그릇을 챙겨주기 위한 로비의 결과라는 의료계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면서 “시국이 어수선한 이 상황에서 정부와 약사가 사익 추구를 위한 밀실 행정을 한다면 큰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부는 제대로 지켜지지도 않는 의약분업 제도를 재평가하고 개선해야 한다”면서 “약사회가 정치권을 앞세워 약료니 전문약사제, 공중보건약사제 등 보건의료 영역의 직역을 혼란하게 하고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증가시키는 정책들만 양산한다면 국정농단 사태로 진저리치고 있는 국민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약사회는 ‘2016년도 건강보험제도 국민인식조사’에서 53.6%의 국민들이 성분명 처방이 바람직하다고 응답했다며 근거로 처방의약품 구입 불편 해소와 건강보험 재정 절감 등을 명분으로 성분명 처방 의무화 시행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지난 20일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