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꽃과 바다가 있는 거제의 봄 풍경화

헬스미디어l승인2017.02.28l수정2017.02.2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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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금강의 수려한 경치

긴긴 겨울이 물러나고 이제 봄이다. 3월은 모든 것들이 새롭고 신선하다. 시작, 출발이라는 어감이 딱 어울리는 달. 해서 상큼한 봄기운을 받으며 짐을 꾸린다. 남녘으로 가는 길. 62개의 섬(유인도 10개)을 거느린 거제도가 목적지다. 사철 수려한 거제도는 섬 전체가 절경이다. 익히 알려진 곳들도 많지만 찾아보면 인적이 드문 곳들도 꽤 있다.

곳곳이 절경

▲ 암석이 신비로운 신선대

거제의 관문인 거제대교를 건넌다. 몽돌밭이 인상적인 학동 몽돌해변을 지나 도장포 바람의 언덕에 이르니 바닷바람이 제법 거세다. 옷깃을 여미고 해금강이 손짓하는 바람의 언덕에 앉아 잠시 다리쉼을 한다. 두 눈에 가득 차는 맑고 푸른 해금강. 아, 천하절경이 따로 없구나! 바람의 언덕은 풍광이 아름다워 각종 드라마 영화 CF 촬영지로 각광받고 있다. 바람의 언덕 아래에 있는 신선대도 놓칠 수 없다. 암석과 바다가 빚어내는 절경이 참으로 눈부시다. 

▲ 풍차가 돌아가는 바람의 언덕

해금강을 바라보며 남부면 다포마을에 이르니 몽돌이 가득 깔린 여차해변이 나온다. 여차해변으로 가는 길(14번국도)은 해안 경관이 뛰어나다. 점점이 떠 있는 섬들(병태도, 대매물도, 소매물도, 가왕도, 다포도 등)과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의 조화는 가슴을 마구 뛰게 하고 해안을 따라 들어선 아담한 포구들은 어촌 특유의 정감을 자아낸다. 새알 같은 동글동글한 몽돌이 깔려 있는 반원형의 해변에 앉아 따듯한 봄햇살과 마주한다. 기분이 새롭다. 이곳은 예전에 ‘계창포’로 불렸던 곳으로 현재 지명(여차)은 조선조 말 족보의 묘 자리 기록에 나타나 있다고 한다.

걷기 좋은 흙길
몽돌해변이 있는 여차마을 뒤로는 비포장도로(1018번 지방도)가 뚫려 있어 각별함이 더하다. 이 해안도로는 거제 최남단 쪽인 홍포까지 이어지는데 잠시도 눈을 떼기 싫을 정도로 비경의 연속이다. 3㎞에 달하는 이 흙길은 거제시가 자연경관을 위해 일부러 비포장도로로 남겨놓은 곳이다. 편리함에 익숙해진 속인이 생각하기에도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길 중간의 산언덕에 서면 쪽빛 바다가 가슴 가득 안겨오는데 텅 빈 마음이 충만해진다.
여차-홍포 간 비포장도로는 기계(자동차)의 편리함은 잠시 접어두고 두 발로 걷는 게 정신건강에 훨씬 좋다. 먼지 풀풀 날리고 돌멩이 뒹구는 길은 매끈하게 다듬어진 아스팔트의 거친 정서와는 사뭇 다르다. 새소리, 바람소리 그리고 바다의 그리움을 안고 30분 정도 걸으면 홍포마을에 도착한다. 비포장도로가 끝나는 홍포까지는 2·6km, 길은 대포를 거쳐 명사해변이 있는 저구리까지 이어진다. 길이 가파르지 않아 자전거를 타고 가도 좋은 길이다.

대포마을 뒤로 솟은 망산
대포마을은 60여 가구 100여 명의 주민이 사는 작은 어촌이다. 저구리의 한 부락에 속하는 이 마을 주민들은 대부분이 어업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일부는 밭농사를 짓고 있다.
마을 뒤로 우뚝 솟은 망산(望山,해발 397m)은 거제 10대 명산 중 하나다. 망산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정상(상봉)에서 조망하는 다도해의 빼어난 풍광이다. 가없이 푸르고 맑은 남해바다와 멋스런 해안선, 그 너머로 보이는 대·소병대도, 홍도, 매물도, 장사도, 가왕도, 죽도, 한산도 등등 많은 섬들은 길손의 마음을 한없이 어루만져준다. 맑은 날이면 대마도도 볼 수 있다고 한다. 등산로 곳곳에 옹달샘과 통나무 의자를 만들어 놓아 쉬어갈 수 있다. 널찍한 암반으로 이루어진 정상 남쪽은 깎아지른 절벽이다. ‘망산 397m’, ‘천하일경’이라 새긴 화강암 표석이 이 산의 기개를 말해준다.

그림 같은 해변과 산
대포마을에서 저구리 명사(明砂) 해변까지는 5분 거리.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고운 모래와 깨끗한 바다가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아름다운 해변이다. 소나무 숲이 있고 오솔길, 횟집, 매점 등 편의시설도 잘 돼 있다. 명사해변 마을 뒤로 보이는 가라산(加羅山·585m)은 거제도에서 제일 높은 산으로 학동 마을 뒷산인 노자산과 같은 능선 상에 남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도에 보면 학동 마을 뒷산이 노자산이고 다대 마을 뒷산이 가라산, 그리고 대포마을 뒷산이 망산인데 이들 산은 서로 어깨동무하듯 연결돼 있다. 해발고도는 낮지만 결코 만만한 산은 아니다. 삐죽삐죽한 암릉이 내내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가라산에서 망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산꾼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명소다. 탑포 마을 위 좌측 도로(1018번 지방도)에서 시작하는 등산로는 봉화대의 흔적이 남아 있는 망등까지 15분이면 닿는다.

유람선으로 돌아보는 해금강
바다 풍광이 아름다운 해금강(명승 제2호)은 거제 여행 1번지다. 해금강은 섬 남동쪽에 불쑥 튀어나온 갈곶 해안의 끝으로 한 덩어리의 돌섬으로 이뤄져 있다. 아무나 쉽게 접근할 수 없는 탓에 태고의 자연미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해금강 주변에는 십자굴을 비롯해 선녀바위, 사자바위, 그네바위, 미륵바위, 신랑바위, 신부바위 같은 절경들이 흩어져 있는데, 저 금강산의 만물상을 떠올리게 한다. 바다를 뚫고 솟아오른 기암괴석과 그 절벽 틈에 붙어서 자라는 석란, 풍란 같은 희귀식물이며 해송들이 만들어내는 경치는 그저 경이롭기만 하다.
해금강 일대를 돌아보려면 장승포, 와현, 학동, 구조라, 갈곶리, 도장포 등지에서 유람선을 타면 된다. 코스에 따라 유람시간은 각각 다르지만 2-3시간은 들여야 해금강을 자세하게 둘러볼 수 있다. 이른 아침, 선상에서 맞이하는 일출은 벅찬 감동을 선사한다. 해금강의 수호송이라 불리는 해송 사이로 또렷이 떠오르는 해는 자연이 만들어낸 걸작품이다.

사철 아름다운 인공림과 자연림 

▲ 인공림인 외도 전경

해금강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외도는 자연림에 인공림을 보탠 4만4000여 평의 땅에 8백여 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동백나무, 편백나무, 대나무, 팔손이나무 같은 자생식물 뿐만 아니라 선인장, 코코수, 야자, 선샤인, 유카리 같은 아열대 식물도 섬 둘레를 빽빽하게 수놓고 있어 이국적인 냄새가 물씬 풍긴다. 
장승포항에서 뱃길로 20분 거리에 있는 지심도(일명 동백섬)는 거제가 낳은 또 다른 섬이다. 섬 길이 2km, 폭 500여 미터의 작은 섬으로 13가구 2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이 섬은 섬 전체가 거대한 숲으로 이뤄져 있다. 동백나무, 후박나무, 잣밤나무, 팔손이, 풍란 등등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천혜의 원시림이 자연 그대로 살아있다. 잘 단장된 산책로(오솔길)를 따라가노라면 여기저기 새빨간 동백꽃이 손짓하고 울창한 숲길 사이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바다는 눈이 시리도록 푸르다. 귀를 간질이는 새소리는 또 얼마나 정겨운가. 다 둘러보는데 2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섬에 남아 있는 포진지, 방공호, 방향 지시석, 서치라이트 보관소, 사택, 국일기 게양대 등은 아픈 역사를 대변해준다.

▲ 지심도에 남아있는 일본군 포진지

봄을 알리는 동백, 수선화, 매화
와현해변 인근 예구마을 너머에는 영화 ‘종려나무 숲’의 촬영지인 공곶이(농원)가 있다. 노부부가 오랫동안 정성들여 가꾼 농원은 사철 꽃이 만발하고 종려나무와 손수 쌓아 올린 돌담이 인상적이다. 긴 세월 농원을 손수 가꾼 강명식 옹이 처음 이곳에 온 건 1956년, 예구마을에 살고 있던 부인과 선을 보러 와서 마을 뒷산을 산책하다 첫눈에 반해 버렸다고 한다. 결혼 뒤 10여 년 동안 힘써 돈을 마련한 부부는 1969년 공곶이에 터를 잡고 호미와 삽, 곡괭이로 가파르고 척박한 비탈밭을 일궈 꽃과 나무를 심고 가꿨다. 공곶이란 이름은 지형이 궁둥이처럼 튀어나왔다고 해서 거룻배 ‘공(鞏)’에 땅이 바다로 뚝 튀어 나온 ‘곶(串)’의 두 단어를 합성해서 지었다. 누구의 혜안인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요즘 농원으로 이어지는 계단길 동백숲은 새빨간 동백으로 환상적이다. 저만큼 자란거리는 바다와 어우러진 모습이 동화 같다. 다랭이밭에 피어있는 노란 수선화는 또 어떤가. 담상담상 꽃잔치를 펼쳐놓고 방문객들을 반갑게 맞고 있다. 꽃말(자기애)처럼 자기를 사랑해달라고 애원하는 것 같다. 한편 거제도로 봄 마중을 갔다면 옛 구조라초등학교에도 들러보자. 이곳에는 전국에서 가장 빨리 꽃을 피우는 매화(춘당매)가 있다. 수령 120~150년을 헤아리는 춘당매는 매년 1월10일께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해 2월 하순경 만개한다.

은둔과 유배의 땅에 남겨진 유적들   

▲ 거제 포로수용소

거제도는 아름다운 자연 못지않게 곳곳에서 선조들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거제포로수용소, 사등성, 장목진객사, 옥포대첩기념탑, 거제박물관, 기성관, 반곡서원, 청마생가, 폐왕성…. 거제도가 일찍이 은둔과 유배의 땅이었음을 말해주는 문화유적들이다. 독봉산 기슭에 들어선 거제포로수용소는 한국전쟁 때 인민군과 중공군 포로를 수용했던 곳으로  그 당시의 참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한국전쟁 당시 쓰였던 헬기, 8㎜곡사포, 지휘용 장갑차, 함포 등을 전시하고 있다. 죽림해변 인근에 있는 기성관은 조선시대 거제현의 객사(영빈관)로 사용하던 부속 건물로 촉석루, 세병관, 영남루와 함께 경남 4대 누각에 든다.

 

여행 팁(지역번호 055)

◆가는 길=대전 통영 고속도로 통영 나들목을 나와 거제 방면 국도 14호선을 타고 간다. 부산 방면에서는 거가대교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신거제대교-14번국도-사등-신현-옥포-장승포-구조라-학동-도장포-다대리-여차-홍포-저구리로 이어지는 도로가 잘 뚫려 있다. 구거제대교를 건너 둔덕-동부-남부로 이어지는 1018호선을 타도된다. 수도권에서 거제도까지 4시간 30분소요. 해금강을 돌아보는 해상관광유람선은 장승포, 와현, 구조라, 학동, 해금강 해양공원에서 수시 출항한다. 장승포여객터미널(681-6007)에서 지심도행 배편 평일 5회, 토·일·공휴일 9회 왕복 운항한다. 왕복 운임은 어른 1만2000원, 어린이 6000원.

◆맛집=거제의 먹거리로는 멸치회(활어회)와 멍게비빔밥, 대구탕 등이 꼽힌다. 거제포로수용소유적지 바로 옆의 백만석(638-3300)은 멍게비빔밥의 원조로 통한다. 낮 시간엔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다. 양지바위횟집(635-4327)의 멸치찌개, 멸치회무침도 널리 알려져 있다. 60년 전통을 자랑하는 천화원(681-2408 중화요리)과 항만식당(682-3416)의 해물뚝배기 맛도 일품이다.

◆숙박=큰 시설로는 호텔리베라거제(730-5000), 프래밀리호텔(682-6006), 대명리조트거제(1588-4888) 등이 있고 여차몽돌해변, 구조라, 와현해변 주위에 있는 외도바다펜션(681-2442), 아뜨리에펜션(010-8246-3146), 프로방스펜션(010-3725-3880) 등을 이용한다. 지심도에 있는 동박새민박(010-2053-2906), 해돋이민박(010-9664-7180), 황토민박(010-4722-0323)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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