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건강검진 효용성 논란 제기,근거없고 재정만 낭비,의학한림원

2013년 이미 근거 부족 알아 개선 필요성 알아,보건복지부

국가 실시하고 있는 국가 건강검진이 의학적 근거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민국 의학한림원이 27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진행한 제12회 학술포럼에서 국가 검진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포럼에서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김영식 교수는 고혈압 환자의 21%와 당뇨병 환자의 9%가 이미 치료를 받고 있는데도 국가 건강검진으로 또 다시 검진을 받고 있다고 밝히고 우선 검진 대상부터가 적절하지 않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당뇨병 환자의 75.6%가 건강검진과 무관하게 다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본다는 점에서 사후관리도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면서 특히 의학적 근거가 부족한 검사 항목들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또한 현재 국가 건강검진에 포함돼 있는 폐결핵과 만성간질환, 만성신질환, 치매 등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진행하지 않고 있는 항목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미국 USPSTF(The United States Preventive Services Task Force)를 비롯해 영국의 UKNSC(United Kingdom National Screening Committee) 등 세계 유수의 질병 예방 단체에서도 이를 항목에 포함시키는 것을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김 교수는 폐결핵만 해도 2012년을 기준으로 1년에 653억원의 예산이 들어갔으며 만성신질환이 138억원, 만성간질환이 735억원의 건보 재정이 투입됐다고 지적했다.

김교수는 특히 정부의 생색내기식 실적과 국민 만족도를 이유로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진행하고 있지 않는 예방 조치에 1500여억원의 예산이 들어가고 있다고 거듭 지적했다.

따라서 그는 보건복지부가 주도하는 국가건강검진을 비롯해 정부 모든 부처의 검진 사업을 통합하고 국가건강검진관리원을 설립하고 이에 대처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다.

폐결핵과 간질환, 신장질환, 빈혈 등 근거가 부족한 질환들을 제외하고 통합된 부처내에 검진기준 및 질관리반을 만들어 의학적 근거 기반의 검진 프로그램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포럼에서는 다른 전문가들도 이러한 의견에 공감하며 의학적 근거가 없는 항목들을 과감히 배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조정진 교수는 간 기능 이상 하나만 보더라도 감별 진단이 아닌 지금의 선별 진단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 불필요한 검사로 인해 비용 낭비와 더불어 건강한 수검자들에게 해만 끼치고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현재 암으로 치료중인 환자들도 검진 안내서를 받고 있다는 점은 조속히 개선돼야 하는 문제라면서 의사와 환자 관계를 악화시킬 뿐 아니라 검진기관에 대한 불신을 낳을 수 있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신연구소 나은희 소장은 검진을 받은 환자들을 조사해 보면 대부분이 검진의 목적을 잘 모른다는 답변이 돌아온다면서 건강에 대한 영향에 대해 이해가 부족해 앞으로 뭘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되물음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결국 가장 효율적인 검진 모델을 만들고 이후 검진 결과에 대한 포괄적인 해석과 설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라면서 항목 개발과 증대보다는 검진 결과에 의사가 직접적으로 개입해 조정할 수 있는 기전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정부도 이러한 의학자들의 지적에 공감하며 개선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건강검진이 단순한 의료 문제가 아니라 복지의 개념인 점을 강조하며 이해관계의 충돌을 호소했다.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 정영기 과장은 의학 한림원을 비롯해서 국가 건강검진 효율화에 대한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다고 밝히고 이미 2013년에도 의학적 근거 부족으로 부적절 판정이 나왔는데 지금까지도 항목이 유지되고 있으니 그러한 지적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국가 건강검진제도 항목을 선정할때 의학적 근거 보다는 복지 혜택의 일환으로 설계하면서 이제는 의학적 근거만으로 정리가 힘든 상황이 됐다면서 사업자와 노동자, 환자와 검진기관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다는 점에서 대승적인 사회적 합의 없이는 건드릴 수 없는 상황을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