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깊이 톺아보기

헬스미디어l승인2019.04.02l수정2019.04.0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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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고 천상병 시인의 『귀천』 중에서-

 

의정부는 고 천상병(1930~1993) 시인의 고향이다. 선생의 작품, ‘귀천’은 언제 읽어도 마음을 다독인다. 시인은 복잡다단한 이 세상을 ‘소풍’에 비유했다. 소풍 가는 어린아이 마음으로 이 세상을 살자는 의미일까. ‘소풍’이라는 말, 참 정겹게 다가온다. 시인의 재치와 번뜩이는 감성이 영향을 준 때문일까. 여행에도 소풍을 끌어들여 의정부 시민들의 목마름을 달래고 있다. “어릴 적 소풍가는 마음으로 의정부의 곳곳을 즐기고 느끼자”는 이른바 ‘의정부 소풍길’(총 71.7km)은 의정부를 에워싸고 있는 시(市) 외곽  6개 코스와 중랑천, 부용천 등 시내를 가로지르는 3개 코스로 돼 있다. 

▶오밀조밀 이어진 소풍길
 직동근린공원(의정부 예술의 전당 뒤편)에서 시작하는 소풍길을 걸어본다. 이 숲길은 인공의 손길을 가급적 배재하고 자연친화적으로 꾸며놓았다. 중간 중간 벤치가 놓여 있고 운동기구, 통나무집이 운치를 더한다. 들머리에 있는 통나무집은 도심의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한다. 이국풍의 통나무집 10동이 울창한 수목 사이사이에 들어앉아 있다. 이곳을 이용하려면 사전에 인터넷으로 예약해야 하고 세면도구, 휴대용 가스렌지 등 개인 물품은 가져가야 한다. 

 오밀조밀 이어진 소풍길은 북한산 둘레길(도봉산 지구)의 하나인 안골길으로 이어진다. 사패산 정상으로 오르는 안골길은 깊고 헌걸차다. 안골계곡에서 사패산 능선을 따라 송추 쪽으로 내려갈 수 있고, 안골계곡에서 사패산 정상에 오른 다음 사패능선-회룡사거리-회룡사-회룡역으로 하산하는 방법도 있다.    

 북한산국립공원의 북쪽 끝에 솟은 사패산(해발 552미터)은 동쪽으로 수락산, 서남쪽으로 도봉산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사패산’이란 이름은 조선시대 선조의 6째 딸인 정휘옹주가 시집갈 때 선조가 하사한 산이라 하여 지었다고 한다. 산 하나를 통째로 하사하다니, 현실에선 감히 상상도 못할 일이다. 어쨌든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정상 언저리에서 포대능선-자운봉-주봉-도봉주능선-우이암-우이동 입구까지 길게 이어지는 산길은 등산객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코스다. 

▶풍치 뛰어난 다양한 등산로
 사패산으로 오르는 길은 이밖에 범골, 회룡골, 안말, 원도봉 등 다양하다. 범골에서 시작하면 호암사를 경유하게 되고, 회룡골(회룡역)은 천년고찰 회룡사와 만난다. 또 안말은 법화사, 원도봉(망월사역)은 원각사와 쌍용사, 심원사, 원효사, 망월사를 지나게 된다. 이들 절집들은 저마다 깊은 사연을 지니고 있는데 선덕여왕 8년(639년) 해호선사가 창건한 망월사(望月寺)는 의정부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로 알려져 있으며 회룡사(回龍寺)는 신라 신문왕 원년(681년)에 의상스님이 창건했다. 회룡사 서쪽 계곡 깊숙한 곳엔 석굴암이라는 작은 암자가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이 중국 상하이로 망명하기 전 한때 피신했던 곳이라 한다. 김구 선생은 해방 후인 1948년 이곳 석굴암을 다시 찾아 ‘석굴암 불 무자 중추 유차 김구(石窟庵 佛戊子 仲秋 遊此 金九)’란 친필을 써 주었다. 석굴암 근처 큰 바위에 김구 선생 필적이 남아 있다. 

 사람들이 가장 즐겨 찾는 원도봉산 지구는 서울 도봉구와 의정부시, 양주시와 경계를 이루고 있다. 북한산국립공원에 드는 이곳은 남쪽으로 우이령, 북쪽으로는 사패산과 맞붙어 있다. 등산로가 조밀하고 산 전체가 큰 바위로 이루어져 있어 초보 산행자들은 다소 힘들 수 있다. 사패산 산행은 어느 코스든 3~4시간(왕복 기준) 정도 걸린다. 탐방로: 망월사역-엄홍길기념관-덕재샘-망월사-포대능선–사패능선-안말능선-회룡사-회룡역, 9km정도, 4시간 예상. 산행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도봉산역 인근에 있는 도봉탐방지원 센터(02-954-2566)와 원도봉 탐방지원 센터(031-828-8000), 양주 송추 쪽에 있는 오봉탐방지원센터(031-826-4559)를 적극 활용하자. 

▶경기 북부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
 의정부는 산만 있는 게 아니다. 질펀한 삶의 현장인 재래시장(제일시장)과 편리한 시설의 쇼핑 공간, 젊음이 넘실대는 로데오 거리, 빙상 꿈나무들이 땀을 흘리는 빙상경기장, 수준 높은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예술의 전당 같은 문화시설도 시내 곳곳에 포진해 있다. 

 도심 한복판에 장을 펼친 제일시장은 50년의 역사가 말해주듯 경기 북부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현대식 아케이트로 단장한 시장길을 따라가노라면 좌우로 옷전, 채소전, 어물전 등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가게들이 촘촘히 머리를 맞대고 있다. 특히 주말 저녁 무렵엔 찬거리를 사러 나온 주부들과 인근 서울, 남양주, 동두천, 양주, 포천, 연천, 철원에서 온 외지인들이 호객하는 상인들과 어우러져 시장 안은 그야말로 북새통이다. 시장엔 맛있는 먹거리도 푸짐하다. 족발, 어묵, 두부, 핫도그, 칼국수 등등 배를 채워줄 음식들이 입맛을 다시게 한다. 어느 가게든 푸근한 인심은 덤이다. 

▶지나치기 쉬운 역사 유적

 포천과 경계를 이룬 부용산 근처(의정부시 고산동)에는 조선 초기의 학자로 훈민정음 창제에 큰 공헌을 하고 세종 때부터 성종에 이르기까지 여섯 임금을 보필한 신숙주 선생의 묘가 있다. 무송군부인 윤씨와 나란히 자리한 쌍분 앞에는 묘비석과 상석, 문인상, 신도비, 한글창제사적비 등 각종 석물들을 배치해 의미를 더하고 있다. 

 신숙주 묘에서 가까운 민락동에는 고려 말의 충신으로 알려진 조견, 원선, 이중인, 김양남, 유천, 김주 등 여섯 분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송산사지(松山祠址)가 있다. 이들 여섯 분은 조선의 개국에 참여하지 않고 고려 왕조와의 절개를 지킨 분들로서, 사당은 그 분들의 높은 뜻을 기리기 위해 지은 것이다. 북쪽으로 배치된 건물은 앞면 3칸, 옆면 2칸 규모이며, 지붕은 사람인(人)자 모양의 맞배지붕이다.

 다음으로 갈 곳은 수락산 기슭의 서계 박세당 고택이다. 조선 후기 실학파의 한 분인 박세당(1629~1703년) 선생은 관직에서 물러난 뒤 이곳에서 후학들을 가르쳤다. 앞면 5칸, 옆면 2칸 반으로 누마루가 붙은 ‘乙 자형’ 사랑채는 한눈에 봐도 멋스럽고 고풍스럽다. 선생은 이곳 사랑채에서 뛰어난 농사 관련 저술로 평가받는 ‘색경(穡經)’을 집필했다. 사랑채 앞에는 수령 450년이 넘은 은행나무 한 그루가 있다. 아름드리 둥치하며 하늘로 치솟은 나뭇가지의 생명력이 놀랍다. 넓은 터를 보듬고 있는 고택 앞으로는 도봉산 봉우리가 손짓하고 뒤로는 수락산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으니 천혜의 삶터라는 생각이 든다. 종손이 고택 옆에 살면서 관리를 하고 있는데 방문하려면 미리 의정부시청 문화관광과에 연락해야 한다. 고택에서 수락산 방향으로 좀 더 들어가면 그의 아들 문렬공 박태보의 위패를 모신 노강서원이 나타난다. 더 이상 갈 수 없는 노강서원 안쪽에는 숙종(1674∼1720) 때의 문신인 박태보가 매월당 김시습의 명복을 빌기 위해 창건했다는 석림사가 살포시 들어앉아 있다. 절집 뜨락에 앉아 사방 풍경을 바라보니 들뜬 마음이 다소곳이 가라앉는다. 석림사를 두른 수락산은 의정부시와 서울 노원구, 남양주시 별내면의 경계에 솟은 아름다운 바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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