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깜빡 자꾸 멍해진다면, 치매 아니라 ‘뇌전증’일 수도

이병인 명지병원 교수, "조기 진단과 치료로 극복 가능" 헬스미디어l승인2023.03.23l수정2023.03.2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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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6일은 ‘퍼플데이(Purple Day)’로, 뇌전증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인 사회인식 개선을 위해 제정됐다. 이 날은 2008년 뇌전증을 앓던 캐나다 한 소녀가 뇌전증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뇌전증 환우들의 유대 강화를 위해 보라색 옷을 입자고 제안한 것에서 시작됐다.

▲사진 : 명지병원 이병인뇌전증센터장 이병인 교수(신경과)

과거 간질이라고도 불렸던 뇌전증은 뇌 신경세포에 갑작스러운 이상 흥분 상태가 발생하고, 그로 인해 전기적 현상이 그 주위 또는 전체 뇌로 파급돼 발작 증세가 반복되는 것을 말한다.  

뇌전증은 영유아부터 노인까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흔한 만성 뇌질환으로, 다양한 원인들에 의하여 발생된다. 어린 시절의 뇌전증은 대개 선천적인 요인이나 출산 시에 발생하는 뇌손상, 중추신경계 감염 등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며, 노인성 뇌전증은 뇌혈관질환이나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 뇌종양 등이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기억력 및 인지기능 저하 등 치매와 혼동되는 노인 뇌전증
뇌전증 환자의 연령별 분포는 U자 곡선 형태를 띤다. 뇌전증 발병률은 영유아기에 가장 높고, 청·장년기에는 낮아졌다가, 노년기에 다시 높아진다. 특히 70세 이상의 노인성 뇌전증의 발생률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데, 이러한 추세는 인구 고령화에 따라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노인성 뇌전증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뇌졸중으로, 전체 환자의 약 40~50%를 차지한다. 이어 뇌종양이나 두부외상 등의 다양한 뇌병변이 약 20%, 치매 등 퇴행성뇌질환이 약 10%를 차지한다. 원인을 모르는 경우는 약 20~30% 정도를 보인다.

노인성 뇌전증의 특징은 몸을 심하게 떠는 경련 발작의 빈도는 적고, 비경련 발작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비경련 발작은 지속된 기억력 상실, 인지기능 저하, 혼미한 의식상태 등 치매와 비슷한 증상들이 주로 나타난다. 때문에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들도 쉽게 눈치 채지 못해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흔하다.

명지병원 이병인뇌전증센터장 이병인 교수(신경과)는 “소아와 성인에서 발생하는 뇌전증은 형태가 달라 각각의 특성에 적합한 프로토콜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노인 뇌전증의 경우 다른 질환으로 오인하거나, 노화로 인한 기억력 저하로 간과할 수 있어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멍하니 한 곳을 응시한다거나 평소와 다른 이상한 행동, 혼미한 의식상태가 반복된다면 뇌전증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문가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치매 환자, 뇌전증 발병 위험 10배↑, 뇌전증·뇌졸중·치매 서로가 발병 원인
뇌전증은 뇌졸중, 치매와 함께 3대 신경계 질환으로 불리는데, 세 질환은 서로 영향을 미치며 다른 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졸중이나 치매환자의 경우 뇌전증 발생 위험이 정상인에 비해 10배 이상 높으며, 반대로 노인성 뇌전증 환자는 뇌졸중이나 치매 발생 확률이 3배 이상 증가한다. 또 노인성 뇌전증 환자들의 40~50%에서 뚜렷한 원인 없이 경도인지장애가 발생되는 것으로 보고된 만큼 정확한 검사를 통해 향후 뇌졸중 발생 가능성이나 인지기능의 이상여부를 살펴봐야 한다. 

이 교수는 “뇌전증, 뇌졸중, 치매는 가장 흔한 노인성 신경계 질환이면서,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연관성을 갖는다”며, “뇌혈관질환의 원인이 되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 관리와 경각심을 갖고, 몸의 위험 신호를 파악해 조기에 치료를 시행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약물치료로 효과적으로 관리 가능, 필요 시 수술 고려
뇌전증을 진단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뇌파검사로, 뇌전압을 측정해 뇌파를 분석하고 필요한 경우 비디오뇌파 검사도 시행한다. 또 뇌 MRI 검사를 통해 발작을 일으키는 구조적인 뇌병변을 찾아낸다. 하지만 뇌전증은 검사 결과만으로는 정확한 진단이 어려우므로 과거 병력이나 주변인의 증상관찰 등 다각적으로 고려해 진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뇌전증 치료의 기본은 약물치료다. 뇌전증은 적절한 치료와 예방으로 증상을 개선하고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으므로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안전하고 우수한 약제들이 많이 개발되었고, 특히 노인성 뇌전증의 경우는 약물치료에 대한 반응이 훨씬 더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술적 치료는 약물로 조절이 안 되는 일부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에게 시행된다. 다양한 검사를 통해 뇌전증을 일으키는 병소 위치가 확실하고, 뇌기능에 이상이 초래되지 않을 경우 진행된다. 수술이 불가하다면 미주신경자극술이나 뇌 심부자극술 같은 시술들을 사용한다.

이 교수는 “뇌전증은 오래되고 흔한 질환이지만 우리나라의 인지도는 아직 낮은 편”이라며 “아직도 과거 ‘간질’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부정적인 인식이 만연한데, 뇌전증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습득해 조기 진단과 치료를 하는 것이 뇌전증을 제대로 극복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명지병원은 이달 초 소아·성인·응급·재활까지 통합적인 뇌전증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세계적인 뇌전증 권위자 이병인 교수의 이름을 내 건 ‘이병인뇌전증센터’를 개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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