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뇌졸중학회(이사장 배희준, 서울의대 신경과)는 19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응급의료 기본계획 및 필수의료 지원 대책 현황과 발전방안 모색'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대한뇌졸중학회 배희준 이사장, 김태정 홍보이사, 차재관 질향상위원장, 이경복 정책이사, 김성헌 병원전단계위원장 등이 참석했으며, 학회는 국내 응급의료체계가 이송 및 전원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현재의 뇌졸중 및 관련 질환에 있어 치료 체계가 환경적 문제로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에 대한 개선을 촉구했다.

▲ 대한뇌졸중학회 배희준 이사장(서울의대 신경과)

간담회는 배 이사장의 "25년 전, 지인이 응급의료체계의 문제로 여러 병원을 전원하다가 사망했다. 그런데 25년이 지났는데도 의료이송체계가 개선되지 않아 결국 얼마 전 대구 여학생 사망 사건과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무엇을 어떻게 바꾸는 게 맞을지, 특히 뇌졸중학회의 입장에서 무엇인 문제인지 짚어보고 의견을 말씀드리는 자리를 갖게 됐다. 앞으로 25년 후에 또 다시 이런 이야기가 반복되지 않도록, 적어도 5년 내에 가시적인 개선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는 모두발언으로 시작됐다.

이어서 김태정 홍보이사가 '뇌졸중 안전망 구축을 위한 필수의료와 응급의료기본계획 보완을 위한 제언'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 대한뇌졸중학회 김태정 홍보이사(서울의대 신경과)

김 이사는 "대한뇌졸중학회는 지난 1998년 뇌졸중 환자에게 적시에 양질의 의료를 제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미션을 갖고 창립됐다. 뇌졸중 진료의 질 관리를 위해 정부 정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세계 3위의 뇌졸중 저널 'Stroke'를 보유하고 있다. 학회는 뇌졸중 사망률 감소와 환자의 예후 호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라고 학회에 대해 소개하며, "학회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과 대구 여학생 사망 사건 등의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은, 필수 중증 응급의료 체계의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된다"라고 밝혔다.

이어 "응급의료 체계 문제로 인해, 뇌졸중이 발병한 이후 골든 타임 내에 치료를 받지 못해 심한 후유장애를 앓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라고 밝히며, 국내 응급의료체계는 이송 및 전원 과정에서 전문진료과와 접촉하지 못하고 있으며, 치료 전체 과정을 관리하는 컨트롤 타워가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3차, 4차 응급의료기본계획이 지난 10년 동안 진행돼 왔지만, 현실적인 변화는 크게 없는 상황이다. 권역응급의료센터를 포함해 여러 응급의료센터는 병실과 의료진이 부족해 24시간 치료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기 어려운데, 이런 상황에서도 경증 환자가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중증 환자의 치료가 불가능하다"라고 정부 대책의 미비를 꼬집었다. 

또한 "종합병원 뇌졸중 집중치료실 입원료는 133,320원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실료 6인실 일반과의 171,360원 보다 낮다. 심지어 응급의료센터에는 전문의 진찰료, 관찰료 등이 수가로 산정되는데 신경과 전문의가 뇌졸중 의심 환자를 진료하면 진찰료도 발생하지 않는다. 24시간 뇌졸중집중치료실에서 뇌졸중 환자를 진료해도 근무 수가가 27,730원 수준밖에 되지 않아 병원에서는 사실상 뇌졸중 센터를 무리하면서까지 투자하고 운영해야 하는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며, "올해 신경과 전문의 과정을 졸업한 후배 의사 83명 중 5명만이 뇌졸중 전임의의 길을 걷기로 했다. 나 역시 뇌졸중 전임의지만, 후배 의사들에게 현 상황에서 도저히 뇌졸중을 전임해달라고 부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 추세라면 5~10년 뒤에는 뇌졸중 치료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뇌졸중 치료 체계에 있어서의 수가 문제 등을 지적하며, 뇌졸중에 대한 수가 개선 및 신설이 필요하고, 뇌졸중 집중치료실 수가가 간호간병통합 병실료보다 최소 1.5배 이상 상향 조정돼 필수 중증 분야가 젊은 의사들이 지원하고 싶은 분야로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대한뇌졸중학회 기자간담회에서 진행된 질의응답 사진. 좌측부터 대한뇌졸중학회 김성헌 병원전단계위원장, 이경복 정책이사, 배희준 이사장, 차재관 질향상위원장

한편, 주제 발표 이후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학회 측은 "뇌졸중은 '중증질환'임을 우리는 모두 인지하고 있지만, 현재 '수술이나 시술을 하지 않는 뇌졸중 관련 질환'은 놀랍게도 일반진료 질환군으로 분류돼 있다. 전문진료 질환군 환자를 30% 이상 유지해야 하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자칫 잘못하면 뇌졸중 환자 진료를 거부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라며, 뇌졸중 관련 전체 질환에 대한 전문진료 질환군으로의 변경을 요청하는 등, 정부 시책의 수정을 적극적으로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