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고 외로운 길을 걷고 있는 일차 진료의들을 위해, 일차 의료 제도 보완은 필수"

정재영 기자l승인2023.06.13l수정2023.06.1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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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80년에 설립돼 올해로 창립 43주년을 맞은 대한가정의학회는 현재 10,836명의 회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믿음직한 일차 의료, 더 건강한 국민"이라는 미션 하에 가정의학 분야의 진료, 교육, 연구 활동 및 정책 제안을 진행하고 있다. 대한가정의학회는 '일차 의료 포럼'을 비롯해 '위드 코로나' 시대에 걸맞도록 가정의학계 전체의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초 임기를 시작한 선우 성 이사장은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전례 없는 의료적 위기 상황 속에서 학회의 미션을 넘어, '우리 가족 주치의, 가정의와 함께'라는 임기 중 목표를 취임 초 밝혔으며, 이를 위해 2022년을 '국민 주치의 원년'으로 선포하는 등 학회 차원의 여러 활동을 전개해 왔다. 이와 더불어 우리나라 가정의학계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 결과, WONCA APR Conference 2025(제 44차 세계가정의학회 아태지역 회의)를 부산에 유치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헬스미디어뉴스는 대한가정의학회 선우 성 이사장을 만나, 임기 중 달성한 각종 성과들에 대해 묻고, 가정의학계의 현황 및 발전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이사장을 맡으셔서 막중한 업무를 수행해 오셨습니다. '위드 코로나' 로 넘어간 현 시점에서 대한가정의학회의 정책 방향에는 어떤 변동사항이 있는지요?
코로나 같은 감염병 시대를 겪으면서 가정의를 비롯한 주치의의 필요성이 더욱 확실해 졌습니다. 개원가가 코로나 치료에 투입되면서부터 코로나 진료가 안정을 찾기 시작했지요. 또 코로나 초기의 어려운 시기 때에는 평소 자기를 잘 아는 의사의 유무가 코로나 유증상자의 예후를 결정했습니다.자신의 주치의가 있는 환자들은 코로나와 비슷한 증상이 생겼을 때 자신을 잘 아는 주치의와 전화로 상담하여 가장 필요하고 안전한 조치를 받을 수 있었던 반면에 주치의가 없었던 많은 국민들은 1339로 전화하여 생전 처음 듣는 목소리의 의료인과 의료상담을 해야 했습니다. 
이 의료 상담은 자신의 기저질환도 모르고 약물 알레르기의 기록도 없는 불완전한 상담이었고, 따라서 환자 개인에게는 부정확한 진료가 되었으며, 국가적으로는 의료자원의 비효율적 이용으로 인한 재정 낭비와 보건학적 위기가 발생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전 국민에게 주치의가 있었다면 코로나 초기부터 좀 더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했을 것입니다. 

이제 기존의 만성질환 관리 분야뿐만 아니라 갑작스러운 감염병의 시대에도 주치의제도의 우수성이 밝혀졌으니 일차 의료 분야에 서는 주치의제도의 도입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입니다. 대한가정의학회는 주치의제도의 입법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계획이며, 이것이 '위드 &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학회가 가장 중점적으로 진행하는 정책입니다.

Q. 지난 대선 당시에 가정의학 관련 공약들이 여럿 있었는데, 공약이 현실화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대선 직전에 열린 '주치의제도 도입을 위한 4당 토론회'에서는 모든 당들이 방법과 시기는 조금 다르지만 주치의제도를 도입한다는 원칙에 찬성했습니다. 하지만 현 정부에서는 안타깝게도 필수의료, 간호법 등의 이슈에 밀려서 아직 구체적인 시행 환경이 조성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현재 장애인 주치의제도는 시범사업이 시행 중이고, 현 정부에서 소아 주치의에 대해서도 강조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주치의제도가 가장 필요한 환자군은 노인 환자들입니다. 
노인 환자분들은 만성 질환을 몇 개씩을 다 앓고 계시고, 약물 복용도 많기 때문에 환자의 모든 분야를 잘 알고서 전체적인 건강을 아우를 수 있는 주치의가 꼭 필요합니다. 특히 다제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노인 환자들의 약화 사고로부터의 안전 보장을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주치의제도가 시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Q. 대한가정의학회는 ‘주치의제도’의 도입을 적극 강조해 왔습니다. 선진국과 같은 ‘주치의제도’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어떤 과제의 해결이 필요할지요?

우리나라와 같이 단과 전문의들이 많이 개업하고 있는 환경에서 갑자기 주치의제도를 시행하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따라서 차츰차츰 단계별 변화가 필요할 것입니다. 현재 시범사업이 끝나고 가을부터 본 사업이 예정돼 있는 만성 질환 관리제 같은 것이 좋은 모델이 될 것입니다.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를 등록시켜서 관리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이 모델은, 주치의제도와 다른 것은 환자별 등록이 아니라 질환별 등록이라는 차이점을 가지고 있지만, 행위별 수가 제도(Fee for services) 일변도의 일차 의료 환경에서 관리에 대한 지불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크게 진일보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런 ‘관리에 대한 지불제도’를 더 발전시켜서, 환자에 대한 등록을 시행하고 그 환자에서의 의료비용이 줄어들고 임상 결과가 좋을 때 주치의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지불제도를 점진적으로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여기에 더해 전술했듯이 많은 기본적인 만성 질환을 앓고 계시고, 여러 부위의 만성 통증이 있고, 많은 약물을 복용 중이신 노인 환자분들부터 시범사업을 시행해 나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또 비교적 젊은 환자들의 관리는 국가건강검진과 연계해서 평소의 건강 관리와 고위험군의 발견, 건강습관 개선 상담 등의 관리를 진행하면, 국민 전체의 건강 증진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일차 의료가 community-care와 맥락을 같이 하기 위해서는 방문진료 및 재택진료 등으로 진료행태가 변화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집단 개원을 하면서 방문진료를 하는 경우, 사회 돌봄 서비스와 연계해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일차 의료를 지역사회 돌봄 서비스와 연계시키려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점점 인기가 하락하고 있는 일차 진료 분야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며, 이는 수련병원에 대한 비용 지원과 지역사회 일차 의료 시범사업 시행과 확대 등의 방향으로 진행돼야 할 것입니다.

Q. 최근 '소아과 폐업 발표' 등의 사태를 비롯해, '일차 의료의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일차 의료가 원활하게 운영되는데 필요한 정책에는 어떤 것이 있을지요?

지난 2017년 국회에서 발의됐다가 사라졌던 '일차 의료 발전 특별법'을 다시 제정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 법안의 내용 중에 복지부 내 일차 의료 전담 기구의 신설, 일차 진료 전문 의사의 육성에 대한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 및 일차 진료 분야에서 주치의제도 시행에 따르는 제도적 지원 등의 주요 정책 내용이 다 포함돼 있었습니다. 중증 필수의료에 비해서 정책, 인력 및 재정지원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 일차 의료가 더 기본적인 필수의료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가에서 강조하고 있는 필수의료가 필수응급 중증의료에만 국한되고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특히 일차 진료의들이 노력하고 있는 예방 진료는 겉으로 표시가 나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일차 진료의가 심뇌혈관질환을 잘 예방해서 50대 때 발생할 뻔했던 뇌중풍을 30년 후로 미뤄서 80대에 발병됐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환자와 보호자의 감사의 인사를 받는 것은 30년의 시간을 벌어 준 일차 진료의가 아니라 뇌혈관 수술을 해주는 신경외과 의사일 것입니다. 30년의 건강을 벌어준 일차 진료의는 이렇게 업적이 과소평가되는 데다가, 행위별 수가제로 지불받고 있는 의료 수가의 면에서도 불리한 상황입니다. 환자의 질병을 미리 막는다는 보람만으로 일차 진료의들은 그저 묵묵히 의업을 이어가고 있는 형편이니, 이러한 일차 진료 분야가 인기가 없는 것이 당연할 것입니다.
금년도 전공의 모집 결과에서 일차 의료를 표방하고 있는 가정의학과와 소아청소년과는 인기 하락이 그대로 나타났지요. 하지만 이런 인기 하락을 정부조차 당연히 생각하고 보건정책마저 일차 의료를 외면한다면 장기적인 국민 건강 증진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심장 수술을 잘하는 의사, 뇌혈관 수술을 잘하는 의사,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고혈압, 고지혈증과 당뇨병 진료를 잘해서 심장 수술, 뇌혈관 수술을 할 환자들을 미리 줄이는 것이 더 효율적인 보건의료 운영의 방안일 것이기에 실력 있는 일차 진료의의 양성이야 말로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동네 의원들을 살려야 합니다. 일차 의료를 밀어주어야 합니다. 일차 의료는 매우 중요한 필수의료입니다!

Q. 대한가정의학회는 이른바 '현명한 선택(Choosing Wisely)' 캠페인을 통해 과잉진료를 줄이고 있으며, 지난 정책 포럼에서 ‘노인 다제 약물 관리’에 대한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병원 경영의 어려움이 여전한 상황에서, 환자의 권익 보호와 사회적 비용의 감소에 도움을 주기 위해 어떤 발전적 계획을 세우고 계시는지요?
그래서 주치의제도의 도입이 더 시급합니다. 현재의 행위별 수가제도를 바꾸지 않는 이상 의료비의 상승, 병원 간 경쟁 심화, 3차 병원과의 경쟁에서 일차 의료기관의 도태 등의 결과는 불을 보듯이 뻔합니다. 주치의제도 도입에 의한 환자 관리와 임상 예방 진료가 이뤄져야 일차 진료 분야에서 환자는 비용을 줄이고, 권익을 보호받을 수 있으며, 의원의 수익이 정당하게 늘어날 수 있습니다.
학회가 전개하고 있는 "Choosing Wisely Campaign"은 우리 학회에서 오래전부터 주장해 오던 4차 예방과 뜻을 같이하는 것입니다. 우리 학회는 과거부터 타 단과 전문의들에 비하여 적은 검사로 진단하고 최소의 약물로 치료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건강검진에도 꼭 필요한 검사만 하는 것을 주장해 1995년부터 '한국인의 평생건강관리'라는 책을 출판해 왔으며, 이 책을 바탕으로 "Choosing Wisely Campaign"이 시작됐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Q. 대한가정의학회의 이사장으로서 '소통과 화합의 가정의학회'라는 비전으로 운영해 오셨는데,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중점적으로 해결하시고자 하는 과제가 있다면 무엇일지요?

궁극적으로 주치의제도가 도입되어야 하기에 일차 의료 정책 포럼, 일차 의료 만성 질환 관리 사업 홍보 및 교육, 참여 독려, 주치의제도의 장점에 대한 홍보 및 자문 등의 정책적 지원이 가장 우선입니다. 그리고, 이에 발맞춰 좋은 일차 진료의 양성을 위한 수련 과정의 상향 표준화와 역량 위주 교육을 강화하고자 학회 차원에서 노력 중이고, 국민들에게 일차 진료 전문의의 필요성을 홍보하는 것과 의대생이나 인턴 과정에 있는 젊은 의사들에게 일차 진료의가 정말 보람이 있으며, 앞으로 일차 진료의의 전망이 밝다는 것을 알리는 것에도 크게 힘을 쏟고 있습니다.
돌아오는 가을에는 오랜만에 광주에서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할 예정인데, 코로나 팬데믹 이전의 축제 같은 학회, 즉 공부도 많이 하지만, 많이들 어울리고, 가족들에게 관광기회도 주는 옛날의 즐거웠던 학회가 열릴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정의학과 개원의 협의회, 각 지방의 가정의학과 지회들과도 잘 소통해서 학회의 역량을 키워나가면서 젊은 의사들에게 소홀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이사장으로 남고자 하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Q. 특별히 지면을 빌려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전술하였듯이 일차 의료는 소박하고 외로운 길입니다. 월간 임상내과와 같은 의료전문 저널에서 이를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일차 진료의들의 사기를 올려주는 기사도 많이 써주시기 바랍니다. 국내 일차 의료의 발전을 위해서 함께 노력해 주십시오.


정재영 기자  medical_hub@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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