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이사장 지영구)는 세계 두드러기의 날(World Urticaria Day)을 맞아 국내 만성두드러기 현황과 임상 현장의 미충족 수요를 짚어보고, 치료 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간담회를 5일 개최했다.

세계 두드러기의 날은 지난 2014년 제정돼 매년 10월 1일 기념되고 있으며, 2023년의 주제는 '치료 접근성 개선(Access to Care)'로, 이에는 보다 많은 환자가 적절한 시기에 알맞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치료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 지영구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이사장(단국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지영구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이사장(단국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은 "만성두드러기 질환은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강해 의료진도 환자도 '쉽게 넘어가려는' 경향이 있는 질환이다. 그러나 실제로 의료진의 측면에서도 '잘 치료'하는 것이 쉽지 않고, 환자들이 두드러기 없이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라고 지적하며, "'세계 알레르기의 날'은 국내에서 제정한 것은 아니지만, 학회는 만성두드러기가 어떤 질환이고 환자들이 얼마나 고생을 하는지, 그런 환자들을 위해 좀 더 좋은 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등에 대해 여러 측면에서 바라보고자 이번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라고 행사의 서두를 열었다. 

이어 진행된 간담회는 김미애 교수(분당차병원 알레르기내과)가 사회를 맡았으며, 예영민 교수(아주대병원 알레르기내과), 장윤석 총무이사(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두드러기∙혈관부종∙아나팔락시스 연구팀장/분당서울대병원 알레르기 내과)의 연제발표에 이어 최정희 교수(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 알레르기내과)와 지영구 이사장이 참여한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 예영민 교수(아주대병원 알레르기내과)

예영민 교수는 '만성두드러기 질환 심각성 및 환자들의 사회적∙정신적∙경제적 부담'을 주제로 첫 번째 발표에 나섰다. 

예영민 교수는 "국내 만성두드러기 환자는 약 150만 명으로 계측되고 있으며, 한국의 유병률은 3% 내외인데 이는 유럽 및 북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이에 더해 이 유병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라고 밝힌 뒤 "만성두드러기는 자가면역질환, 알레르기질환, 불안, 우울 등 정신질환을 동반할 수 있고, 악화와 호전을 오랫동안 반복하기 때문에 일상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쳐 개인의 삶의 질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만성두드러기 환자의 삶의 질은 중등도 이상의 건선 및 아토피피부염 환자, 혈액투석 중인 만성 콩팥병 환자, 인슐린 투여가 필요한 당뇨 환자만큼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수면장애가 심한 경우가 많고 전반적인 업무 수행에 느끼는 어려움도 크다"라고 설명했다. 

예 교수는 "심지어 해외 자료이지만, 심장질환으로 곧 수술을 받을 필요가 있는 환자보다도 만성두드러기 환자가 일정 부분에서는 삶의 질이 나쁘다는 통계자료도 있다"라며, "삶의 질을 점수로 나타낼 때, 중증 만성두드러기 질환 환자는 중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와 비슷한 0.7점으로 나타난다"라고 밝혔다.

예 교수의 현황 발표에 이어서 장윤석 총무이사가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적 제언에 나섰다. 

▲ 장윤석 총무이사(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두드러기∙혈관부종∙아나팔락시스 연구팀장/분당서울대병원 알레르기 내과)

장 이사는 "만성두드러기는 중증도에 따른 치료제 투여가 필수적인데, 오말리주맙을 비롯해 면역억제제 등 환자를 위한 치료제는 개발되어 있거나 준비돼 있으나, 급여가 되지 않아 중증도에 맞는 적절한 치료가 어려운 실정이다"라고 밝혔다. 

2022년 발표된 국내 리얼 월드(real-world) 연구에 따르면 6개월 이상 항히스타민제 치료로 조절이 되지 않는 중등도 및 중증 두드러기 환자 중 55.8%가 항히스타민 치료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경제적인 부담 등을 이유로 효과가 떨어지는 치료제를 계속 사용해야 하는 국내 치료 환경은 항히스타민제로 치료되지 않는 만성두드러기 환자를 대상으로 생물학적제제 급여가 적용되고 있는 영국, 호주, 중국 등 다른 나라와 대조적이다. 

장 이사는 중증 만성두드러기에 대한 별도의 질병 코드 신설 등 중증도에 따라 적절한 치료가 가능한 정책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하며, "현재 만성두드러기의 경우 중증도를 가리지 않고 모두 하나의 질병코드로 분류되고 있지만, 중증 건선이나 중증 아토피 피부염처럼 장기적이고 적극적인 치료가 필수적인 질환인 만큼 별도의 질병코드를 신설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라며, "장기적으로는 중증 질환으로 분류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환자의 경제적인 부담을 경감해주는 제도를 통해 적절한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지영구 이사장은 "만성두드러기는 '외로운 질환'이라고도 불린다. 사회생활 중에 '고혈압', '암' 등에 대해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면 '아, 저 사람은 환자구나'라는 반응이 돌아오지만, '만성두드러기'라고 밝히면 실제 그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에 대한 고려보다 '그게 병인지에 대한 의문'이 먼저 돌아온다"라고 말하며, "현재 정책적인 아젠다에서도 소외돼 있어 환자들은 신체적·정신적·경제적 고통을 오롯이 감내해야 한다. 특히 중증 만성두드러기의 중증 질환 분류를 통해 환자가 경제적인 부담 없이 중증도에 따라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장기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는 만성두드러기 환자가 필요한 시기에 최적의 치료를 통해 건강한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치료 환경을 개선하는 데 앞장서겠다"라고 말함으로써 이 날의 행사를 마무리지었다.